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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3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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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화유산 답사기] 마산 ⑧

  • 기사입력 : 2003-03-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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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가 풀린 주말 오후 우산초등학교 교정에는 어린이들이 술래잡기를 하
    고 있었다. 인구의 도회지 유출로 학생수가 줄어 폐교가 되는 다른 도시 주
    변 초등학교와는 달리 운동장 한쪽에서는 증축공사가 한창이다.

     운동장에서 술래잡기와 뜀뛰기를 하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뒤로 하고 고
    현항(古縣港) 방향으로 20m쯤 가면 좁은 골목길 삼거리에 만물상회가 있
    다. 만물상회 처마 밑에 달려있는 작은 안내판을 놓치지 않고 골목길로 들
    어서면 고현리 공룡발자국 화석으로 가는 길이다. 좁은 공터에 공룡발자국
    화석 조감도가 있고, 바닷길 옆으로 난 좁은 홈통같이 움푹 들어간 고운 흙
    길을 따라가면 작은 산등성이가 나온다.

     산등성 위 평지는 제법 넓어 풍수지리에 문외한인 필자가 보아도 남쪽은
    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북쪽은 작은 산이 가리고 있어 별장이나 전원주택의
    좋은 터라고 생각된다. 산등성이 사거리 오솔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산으로
    가는 길이다. 산으로 가는 양지바른 길목에는 봄나물을 캐는 아낙네들의 손
    길이 분주하다.

     갈림길에서 100m쯤 가면 고현리 지석묘 1기가 있다. 울창한 숲과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이정표가 전혀 없어 초행자가 찾기는 어렵다. 고현리
    지석묘를 찾아보기 위해서는 고현리 이장 추헌(52·☏271-2524)씨에게 연락
    하면 친절하게 안내한다.

     동네 지나가는 여러 사람들에게 지석묘의 존재를 확인해 보았지만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세인들의 기억속에 영원히 묻힐까 걱정된다. 마을회
    관 보수공사 현장에서 추 이장을 만나 안내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나섰다.
    동행 길에 『고맙다』고 인사했더니 『마을을 찾아 주어 도리어 고맙다』면
    서 『답사를 마치고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고 말한다.

     추씨는 마을앞 고현항에 빽빽이 들어선 배를 가리키며 『우리나라 전 연
    안에서 서식하고 있는 미더덕이 제일 많이 생산된다』고 말한다. 또 『208
    가구중 100가구가 오는 4월말 개통을 앞둔 초고속 인터넷을 설치하고 있
    다』며 연신 자랑한다.

     고현리 지석묘는 괴임돌이 없이 넓은 판석(板石)만이 과거 밭이었던 지역
    에 잡목과 숲으로 가려 있고 판석 위에도 절반 이상이 흙과 낙엽으로 가려
    있다. 개석의 두께는 매우 넓은 것이 특징이며, 동남쪽으로 약간 기울어 있
    다. 고인돌의 하부구조는 지형의 변화로 가늠하기 어렵다.

     공동묘지와 갈라지는 사거리 오솔길에서 계속 가면 묘지가 2기 보이고
    밭 두렁을 지나면 배를 수리하는 작은 조선소가 있다. 조선소를 통과하면
    옆에 집이 한 채 있고 집 앞 콘크리트 제방 앞에 공룡 발자국이 있다. 공
    룡 발자국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유치원 어린이들이 현장 학습을 왔
    다가 자주 길을 잃어버리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조선소에 근무하는 김영찬
    (40)씨가 이정표 2개를 만들어 세웠다고 한다. 지금은 공룡 발자국을 찾아
    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공룡은 중생대의 쥐라기로부터 백악기에 걸쳐 번성했던 길이 5∼25m의 거
    대한 파충류를 통틀어 말한다. 고현리 공룡 발자국 화석은 바닷가 바위 위
    에 줄지어 있다. 공룡 20마리의 발자국 화석 400개가 발견되었으며, 지금으
    로부터 약 1억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발자국의 주인은 두발로 걸
    어다니는 초식성 공룡으로 발자국 화석에 의하면 이들은 무리를 지어 살았
    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뒷발의 길이는 35㎝ 정도이고 폭은 32㎝ 정도다.

     고현리 공룡 발자국 화석은 발자국의 내부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어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며, 공룡생태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심재근(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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