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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라이프-교외 산이 부른다] <14> 함안 여항산

  • 기사입력 : 2003-04-10 00:00:00
  •   

  • 함안의 주산인 여항산은 해발 770m의 비교적 높은 산으로 함안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산이다. 남해고속도로의 함안~군북 구간에서 남쪽 중앙에
    3~4개의 봉우리가 한 멧줄기에 가로로 연이어 우람하게 솟아 눈길을 끈다.
    깊은 골짜기와 수려한 계곡에다 기슭이 넉넉하며 봉우리는 바위로 이뤄져
    기상이 대단하다.

    산행에는 7코스가 있는데 어느 길이든 당일코스로 충분하며 주로 4개코스
    를 이용하고 있다. 제1코스는 주서리 좌촌에서 정상에 올라 다시 좌촌으로
    내려오면 2시간 걸리는 길이고, 제2코스는 좌촌으로 정상에 올라 서북산을
    타고 갈밭골로 내려오면 4시간 걸리는 길, 제3코스는 좌촌으로 정상에 올
    라 미산을 타고 내려오면 3시간 걸리는 길, 제4코스는 미산을 타고 정상에
    올라 서북산으로 해서 갈밭골로 내려오면 5시간 걸리는 길이다.

    여항산은 6·25동란의 격전지인 갓바위로도 잘 알려진 곳으로, 낙동강을
    최후 방어선으로 해 마산·부산을 지키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이곳을 지키
    기 위해 19차례나 전투가 벌어진 격전지로 알려지고 있다. 미군 병사들이
    「갓뎀」이라는 저주의 말을 남긴 이곳엔 발길에 채이는 녹슨 파편과 당시
    의 방공호가 침묵속에 잊혀져 가고 있다.

    여항면 버스정류소에서 외암초등학교 앞을 지나면 오른쪽 아스팔트 포장
    길을 오르면 봉성저수지가 나오고 저수지를 돌면 「6·25격전함안민안비」
    가 있다.

    여기서 5분쯤 더 들어가면 좌촌마을로 이어지는 표지판과 여항산 등산로
    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있다. 여기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정상까지 빠른 사람은 1시간이면 도착한다. 40분 정도 되는 지점에 「갓
    샘」이 있다. 갓샘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급
    경사다. 20분정도 바짝 땀을 흘리면 주능선이 임박해지고 곧 바위로 이뤄
    진 정상이다.

    날씨가 쾌청해 지리산이 멀리 안개속에 떠있고 남해의 푸른 물결이 손에
    잡힐 듯 내려 보인다. 시선을 당기면 함안군 전체가 손바닥처럼 보이고 남
    해고속도로의 차량소리는 메아리처럼 들린다. 흐린 날에는 산중 허리를 감
    고 도는 운무에 쌓여 구름 위에 두둥실 떠있는 느낌이다. 20여명이 앉아
    놀 수 있는 정상의 마당바위(곽바위)에는 동요가 다음과 같은 전해지고 있
    다.

    「각데미 마당바구 비온둥 만둥 조그만 신랑품에 잠잔둥 만둥」

    나이 어린 신랑에게 시집간 여인네의 한서린 넋두리와 밤자리의 허전함
    을 숨죽여 읊조린다.
    바위의 남쪽엔 상여바위가 있고 북쪽 조금 지난 곳에 있는 배넘기 도랑
    이 있다. 배넘기 도랑에는 옛날 노아의 홍수때 이곳으로 배가 넘어들었다
    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하산은 오른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있고 서북산을 거쳐 갈마골로 가거나
    미산쪽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함안=배성호기자 baesh@knnews.co.kr

    왜 여항산이 갓데미산으로 불리는가?

    함안은 물이 북으로 흐르기 때문에 풍수지리상으로 좋지 않게 여기는 곳
    이었다. 때문에 이 산을 여항산(艅航山)이라 이름 붙여 배가 닿는 포구를
    뜻하게 해 지형이 높으면서도 이름을 통해 지형을 낮추었고 이 산 건너편
    에 있는 지역을 대산면(代山面)이라 하여 낮은 지형인데도 대산이란 이름으
    로 지형을 높여 풍수지리상의 균형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산꼭대기를 보
    고 포구를 연상해 이름 붙이고 평지를 산으로 바꿔버려 금기시하던 땅을 보
    통의 땅으로 바꾼 것이다.

    기록상으로는 여항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조선 선조때로 선조16년 함주
    도호부사로 부임된 한강 정구가 풍수지리학적으로 남고북저한 함안의 지명
    을 배가 다니는 낮은 곳을 의미한다 하여 남쪽에 위치한 이 산을 배 여
    (艅) 배 항(航)자로 하여 여항산이라 했다 전한다.

    여항산은 그래선지는 몰라도 멀리서 정상의 바위봉을 볼 경우 배의 돛 같
    기도 하고 또 꼭 갓의 총모자(윗부분) 같기도 하다. 이런 연유로 「갓샘」
    「갓봉우리」 「갓더미산」 등의 이름이 있다. 또 다르게 6·25때의 격전지
    로 미군의 희생이 많아 「갓대미산」이라고 하는 말도 전하지만 갓더미산에
    다 이야기꾼들이 전쟁 이후에 그럴싸하게 갖다 붙인 것으로 이해된다.

    여항산 인근 명소

    ■말산리 고분군=가야읍 말산리 일원에 위치한 찬란한 가야문화를 생생하
    게 보여주는 유적이다. 아라가야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100여기의 대
    형 고분들과 그 아래에 1천여기의 중소형 고분들이 분포돼 있다. 일제때 처
    음 조사를 실시, 당시 34호 고분은 지름이 39.3m , 높이 9.7m나 되는 최대
    규모의 왕릉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고분군 북쪽 끝자락에 있는 마갑총에
    서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그려진 말갑옷이 출토됐고, 다섯 사람의 순장 인골
    이 확인된 제8호 고분조사로 더욱 유명해지고 있다.

    ■무진정=함안면 괴산리에 소재한 무진정은 풍류를 즐기기 위해 언덕위
    에 지어진 정자로 조선 명종 22년(1567년) 무진 조삼 선생의 덕을 추모하
    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세우고 선생의 호를 따서 무진정이라 칭하게 됐다.
    앞면 3칸, 옆면 2칸의 건물로 지붕은 옆면이 여덟 팔자 모양과 비슷한 팔작
    지붕이고, 앞면의 가운데 칸에는 온돌방이 아닌 마루방으로 꾸며져 있으
    며, 정자 바닥은 모두 바닥에서 띄워 올린 누마루 형식이다.

    기둥 위에 아무런 장식이나 조각물이 없어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건물로 조선 전기의 정자형식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지난 76년 12월 유형
    문화재 제158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성산산성=사적 제67호로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와 가야읍 광정리 사이
    에 있는 해발 139m의 조남산 위에 축조된 석축산성으로 둘레가 1,400여m이
    고, 성내의 면적이 10만2천500㎡이다. 현재 문지와 성벽의 일부가 남아 있
    고 일명 「조남산성」이라고도 한다. 정확한 축조연대는 알 수 없으나 가야
    국의 옛터로 함안읍지에 기록돼 있으며, 산성의 형식이 삼국시대의 유형을
    따르고 있다.

    산 아래 북쪽 낮은 언덕인 말이산에는 성과 고분군이 운집한 가야시대의
    유적지가 있다. 성산은 북쪽에서 보면 독립된 구릉처럼 보이고 서남쪽으로
    이어지는 구릉지맥을 제외하면 나머지 3면이 모두 경사가 급한 산세를 이루
    고 있다. 성안의 형태는 오목하게 생긴 평탄한 지형으로 대부분 논과 밭으
    로 경작되고 있다.

    성벽은 산 정상의 능선을 따라 자연석과 활석을 이용해 석루를 축조했
    고, 동북쪽에 높이 1m 가량의 석축 성벽과 동쪽에 높이 6m의 석축 부분이
    잘 보존돼 있다. 최근 산성에 대한 학술발굴조사에서 성문이 있었던 동문지
    와 남문지가 확인됐고 배수로 시설과 토기류, 명문목간 등의 중요 유물이
    출토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산행코스
    ▲1코스:좌촌~여항산~좌촌(6㎞ , 2시간 소요)
    ▲2코스:좌촌~여항산~서북산~갈밭골(11㎞ , 4시간 소요)
    ▲3코스:좌촌~여항산~미산(9㎞ , 3시간 소요)
    ▲4코스:미산~여항산~서북산~갈밭골(14㎞ , 5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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