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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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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범죄 방조하는 사회

  • 기사입력 : 2004-07-23 00:00:00
  •   
  • 목진숙(논설위원)

     날이 갈수록 대형 범죄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수일 전에는, 지난 10개
    월 동안 출장마사지사를 비롯한 20여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임범이 검거됐
    다. 그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노인들과 특정 직업 여성들을 잔인하게 살
    해해 시신을 유기했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가 이처럼 범죄자의
    길을 걷게 된 데에는 편모슬하의 어려웠던 가정환경, 부인과의 이혼 등이
    그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원인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그가 교
    도소 문을 들락거릴 때 주위에서 그에게 좀더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면 이처
    럼 큰 불행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범죄에는 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동기의 저변에는 불
    우한 가정환경과 사회의 냉대, 물질만능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
    다. 굳이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태어날 때
    부터 범죄자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성장하는 과정에
    서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할 수가 있다.

    그만큼 환경은 우리의 삶과 운명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특히 가
    정·사회환경은 더더욱 그러하다.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가정과 핏줄
    에 대한 연민의 정과 애착심만은 갖고 있다. 아니 오히려 누구 못지 않게
    더 강하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남들과 같지 않은 불우한 가정환
    경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상처를 입고 이것으로 인한 반작용, 즉 보복·보
    상심리하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왕왕 접하게 된다. 정말 불행한 일
    이 아닐 수가 없다.

     사실 사람들은 모두가 잠재적인 범죄인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자기자신
    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당했을 때 폭발하듯이 사건을 저지를 수가 있다. 이
    렇게 볼 때 범죄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의 두께가 아
    니겠는가 싶다. 그러므로 범죄인에 대한 시각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그들
    은 결코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다함께 우리 사회 공간에서 숨쉬고
    살아가야 할 공동운명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선진사회란 개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각종 사회적 장
    치가 잘 구비돼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사회보장제도, 즉 사회복
    지가 완벽하게 작동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복지사회라고
    하여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가 없다. 상대적으로 범죄율이 낮
    게 나타난다고 하겠다. 어떤 이는 사회가 분화되고 선진화할수록 인간 서로
    간의 진정한 대화는 오히려 줄어든다고도 말한다. 일리있는 주장인 것 같
    다. 물질문명이 진전될수록 정신문화는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은 내던져진 존재”라고 했다. 이 말
    속에는 `사람이란 본원적으로 외로운 존재`란 의미를 내포한다고 본다. 그
    런데 외로움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
    했듯이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 것이며, 그러하기에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 아니겠는가. 나 혼자만의 독불장군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회이기도 하다. 사회로부터 배우고 사회속에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사람들이니만큼 소외되거나 상처받게 되면 그 충격이 상상외
    로 크며, 때론 그것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는 범죄를 부추기거나 방조하는 제반 사회적 요인들을 하나하나 제거
    해 나가야만 한다. 불행한 유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방치할 것이 아
    니라 내 자녀라고 여기면서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갖고 적극 도와야 한다.
    가정파괴로 인해 고통받거나 부모를 여읜 소년소녀 가장들을 후원하는 일
    에 앞장서 나가자. 가계를 유지하기 힘든 극빈 계층의 지원도 시급하다. 이
    러한 일들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현실
    이 완벽한 공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만큼 성숙돼 있지 못하다. 따라서 뜻
    있는 국민 개개인이 많은 관심과 정성으로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명실상부하게 실현된다면 오늘날 우후죽순처
    럼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행위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다. 남의 불
    행을 보고 가슴 아파하면서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인지상정이야말로 우리 한
    민족 특유의 장점이 아닌가. 이것이 사회 일반에 널리 통용된다면 `범죄
    조장(助長)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회는 한 가족`이란 운명공동체로서 거
    듭나게 될 것이란 희망 한 자락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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