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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과 떠나는 테마기행] 고성군 하일면 학동마을

  • 기사입력 : 2004-08-06 00:00:00
  •   
  • 돌담 추억 속에 학 한마리 사뿐



    동행 -­ 차(茶)동호인 김진엽,김남주씨
     
     “황토흙과 납작돌로 만든 돌담길 따라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니 고즈넉하
    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마을 이름 학동(鶴洞)이 말해주듯 학이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고성에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차동무` 동호인 김진엽·김
    남주씨는 비가 내리는 데도 마을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어른키보다 조금 높은 돌담이 마을 어귀부터 끝까지 굽이굽이 이어져 있
    는 고성군 하일면 학동(학림)마을. 비에 젖은 돌담과 골목길이 더 없이
    정겹다.

     돌담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납작돌 위에 황토흙을 바르고 또 납작돌 위
    에 황토흙을 바르고 그렇게 스무겹 정도 다닥다닥하게 붙여 그 위에 바둑판
    만한 넓적한 돌을 턱 올려 놓았다.

     문 틈새로 보이는 집들도 그 품새가 예사롭지 않다. 넓은 뜰, 안채, 사
    랑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마을은 전주최씨 집성촌으로 임진왜란 전에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경
    남문화재자료 제178호로 최영덕씨의 5대조 최태순이 1869년(고종 6년)에
    건립한 `최씨 고가`와 경남문화재자료 제208호로 전주최씨 학동문중에서 후
    손들의 학문지도와 영재육성을 위하는 뜻에서 세웠다는 `육영재`가 있다.

     솟을대문에 팔작지붕 등 모두 5동의 건물이 남북으로 배치된 `최씨 고
    가` 옆에는 전주최씨 종가 종부가 살고 있다.

     `날아다니는 비`를 피하기 위해 문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인심좋게 생
    긴 할머니 박종혜(71)씨가 어서 들어 오라며 손짓한다. 흙마당에 납작돌
    로 가지런히 깔아놓은 징검돌을 하나씩 하나씩 밟으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갔다.

     “50년 전쯤 이곳으로 시집을 왔지.” 주섬주섬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차
    까지 내놓으려는 것을 극구 말렸지만 종부의 `위엄`에 마루에 걸터앉았다.

     “이곳에는 마구간이 있었고, 행랑채는 저기….” 할머니의 자세한 설명
    을 들으며 옛날 종가의 규모를 상상해 본다. 행랑채에 머슴을 부리고, 300
    섬이 넘는 곡식을 저장했던 창고 등등.

     할머니는 사랑채에 살고 계신다. 대문에서 안채까지는 너무 멀어 이곳을
    택했다고 한다. 안채로 가는 길도 모두 납작돌로 되어 있고 댓돌, 집을 둘
    러싼 돌담, 곳간, 뒷간, 닭장까지 황토흙에 납작돌로 만들었다. 비를 머
    금어 윤기있고 촉촉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쌓기는 힘들지만 여물고, 멀건 시멘트보다 휠씬 보기 좋지.” 마을 주
    변 산에서 납작돌이 많이 나와 자연스럽게 돌담의 좋은 재료가 됐다고 한
    다.

     “이런 곳에서 차를 마시며 시를 한수 읊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네.”
    안채마루에 앉은 차동무 동호인들이 고즈넉함을 즐긴다.

     현대식으로 개량하지 않고 옛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안채는 그냥 비
    워두고 있다.

     김진엽씨는 “이런 집을 혼자서 건사하기 예사 힘들지 않겠다. 사랑채마
    루를 니스로 칠한 것만 봐도 할머니의 고충을 알겠다”면서 대문을 나선
    다. 김남주씨는 “종가를 보존하며 사는 이런 힘겨운 삶 속에서도 종부로서
    의 기품이 서린 꼿꼿함이 보기좋다”고 말한다.

     돌담길을 따라 마을안쪽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느티나무 옆으로 자그마한
    개천이 흐른다. 옛날에 다리역할을 했다고 하던 길이 5m정도의 납작돌이 시
    멘트옆에 붙어 흔적만 간직하고 있다.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다. 납작돌 다리를 건너 처마 밑으로 비를
    피했다. 그리고 우리는, 곁으로 사뿐히 날아와 앉는 `학` 한마리를 볼 수
    있었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학동마을 가는 길〉
     고성읍에서 상족암 방향으로 가다가 하일치안센터를 거쳐 하일초등학교
    100m 전에서 학동마을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하면 된다.
     인근 임포마을에는 자연산으로 유명한 횟집이 몇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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