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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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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고구려사 훔치려는 중국

  • 기사입력 : 2004-08-13 00:00:00
  •   
  •   중국이 우리의 고구려사를 훔치려하고 있다. 그들은 수년전부터 소위 `
    東北工程(동북공정)`이란 이름하에 치밀하게 고구려사를 그들의 변방사
    로 편입하기 위한 기도(冀圖)를 도모해 왔다. 이제 그들은 고구려는 한민
    족이 세운 고대국가가 아니라 그들의 소수민족이 세운 변방국가라고 주장하
    고 있다. 한 마디로 우리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민족사를 날치기 당하는 것 같아 참으로 치솟아 오르는 분기를 참기 힘들
    다.

      최근에는 그들 외교부 홈페이지 `한국개황`란에 올라있던 우리의 약사
    (略史) 가운데 대한민국 수립 이전의 기록을 송두리째 삭제해 버렸다. 지
    난 4월, 그들이 고대사 부분 중 `고구려`를 지워버린 것에 대해 복원해 놓
    을 것을 주장한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요구를 무시하면서 오히려 `모두 삭
    제`란 무리수로 되받아친 것이다. 이러고도 국교를 맺은 나라로서 우리와
    의 우호관계를 운운하는가. 정말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중앙정부는 그들이 행하고 있는 고구려사 관련 일련의 행위에 대
    해 지방정부, 역사학계·학자들이 하는 일을 무어라 간섭할 수가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것이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한낱 눈속임
    이란 점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손과 발이 하는 일을 머리가 모
    른다고 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중앙정부가 장막 뒤에 숨어서 은밀
    하게 명령을 내리고 소요되는 예산을 대폭 지원했음이 드러나고 있지 않는
    가. `동북공정` 사업에 중국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관리들이 `지도자`로 대
    거 참여하고 있음은 그 확실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토록 고구려사 왜곡에 집착하는 것일까. 지난
    2001년, 북한이 평양 근교의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 했
    으며, 그해 한국이 재(在)중국동포들에게 국적을 제공하려 한 움직임이
    그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란 짐작을 해 볼 수가 있다. 즉, 한국
    이 통일된 이후 우리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만주지역에 대해 이 땅의 역
    사적 연고권을 들어 반환을 요구하는 등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서 미리 대비하려는 그들 나름대로의 대책일 것이란 주장이 가능하다. 고구
    려가 대부분의 현 동북지역, 즉 만주땅을 지배했으므로 고구려사를 한국
    고대사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들의 고대 변방사로 편입함으로써
    미구(未久)에 예상되는 분쟁을 차단하려는 속셈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중국 정부는 만주 조선족을 비롯한 주민들 사이에 거세게 일고 있는 한
    류(韓流)열풍에 대해 잔뜩 경계의 눈초리로 보고 있으며, 이 지역이 통
    일한국과 국경을 마주하게 될 날이 오면 분리독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고 생각해 사전에 그 정지작업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일을 벌이
    는 것 같다.

      만약 우리가 고구려사를 상실하게 된다면 우리 한민족은 그야말로 뿌리
    없는 민족 신세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고구려사뿐만 아니라 고조
    선사와 발해사도 중국으로 넘어가 버리게 됨으로써, 대륙을 호령한 웅혼
    한 기상의 한민족이 아니라 반도내의 작은 열등국가로 전락할 것임은 뻔하
    다. 이럴 경우 한민족의 우월성과 자부심을 어디에서 찾을 수가 있겠는가.

      그들이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의 고구려사를 자신의 것으로 꿰맞추려는
    것은 엄청난 무리수이며, 그 모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이
    러한 허점을 논박하면서, 요지부동의 역사적 전거(典據)를 확보해 나가
    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문제를 두고 북한과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
    하여 상호 보조를 함께 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또한 한국·북한·중국·
    일본 등의 비중있는 관계 학자들이 서로 참여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역
    사의 진실 가리기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특히 고구려사를 비롯한 고대사
    를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동시에 중국의 고구려사 훔치기에 대한 부당성을 세계 각국에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의 역사왜곡 행위를 국제학회에 널리 알리
    면서 고구려사를 위시한 우리의 고대사 관련 성과물들을 각국어로 번역해
    배포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 믿는다.

      중국의 역사 패권주의를 넘어서려면 우리 자신들이 먼저 각고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의 허구성과 모순점을 밝혀낼 수 있는
    자료와, 우리의 고대사에 대한 확고한 증거물들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각종 국가시험에 국사
    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고, 고구려사를 비롯한 상고사 전공자를 많이 양성
    해 나가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의 주도면밀한 대책과, 정치권에서의 대응
    전략 수립 등등 온 국민이 한 덩어리가 되어 우리역사 지키기에 나서야 할
    때다.

    목진숙(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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