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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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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위협받고 있는 가정 위상

  • 기사입력 : 2004-08-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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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택진 논설위원

     마산 토막 시신의 살해범이 피해자의 아내와 딸인 것으로 밝혀져 우리 사
    회에 또 한번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술을 마신 아버지가 엄마를 죽일 것처
    럼 행패를 부려 순간적으로 흥분한 딸이 아버지를 죽인 다음 모녀가 함께
    시신을 토막내 산호공원 산책로 주변 등지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
    라 경찰은 숨진 손씨의 딸은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아내에 대해
    선 사체유기 혐의를 각각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가족만은 아니길 바
    란 시민들의 염원이 무참히 깨진 것이다. 가정이 삶의 터전이라는 말이 빛
    을 잃어가고 있음을 절감시켜 주고 있다. 최근들어 천륜을 무시하고 인륜
    을 저버린 이같은 패륜범죄가 빈도를 더해가는 것은 여권신장 및 맞벌이 부
    부들이 늘어나는 등 우리 사회의 새로운 풍속도에 따라 전통 가정의 위상
    이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특히 자기 중심적인 삶의 지향
    등 극심한 이기주의 팽배현상은 우리들의 보금자리격인 가정의 기능과 가족
    의 역할에 대해서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현실이다.

     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고가 드높은 오늘이다. 산업·정보화 시대
    가 도래하면서 전통적인 윤리 도덕의식은 점차 쇠퇴되어지고 이에따라 가족
    간의 고유한 가치기준도 소멸되면서 가정 해체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돼 왔
    던 결과이다. 우리 사회의 탈가족화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세
    태에서 단적으로 반증되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의 전국 가족 조사 결과
    20, 30대의 40%가량이 경제문제나 배우자 부모와의 갈등 등을 부부간에 해
    결하지 못하면 이혼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
    는데서 이의 현황을 가늠케하고 있다. 사회의 기본 구성 단위인 가정도 급
    격한 변화와 해체의 바람을 타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준다.

     게다가 가정의 안정을 위협하는 사회적 요인들은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가정 위기감을 더해주는 처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
    구 1천명당 3명꼴로 이혼하는 등 세계 2위의 이혼국인데다 10만명당 19.1명
    이 자살,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가운데 4번째로 올라 있고 가정폭력과
    신빈곤층 자살 등 가정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의 기능과 역할이 살아 숨쉬는 건강한 가정 회복을 위
    한 우리 사회의 배가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인명경시 풍조가 반증된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인간존중의 가치관 회복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엽기적 살인사건은 우
    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인명경시 세태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것
    이다. 더욱이 이러한 엽기적인 범죄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우리
    는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도내에서만 이번 50대 가장 모녀
    토막살해사건에 연이어 동거녀를 토막살해한 사건이 양산에서 발생했다. 인
    간성 상실의 후유증인 이러한 사회병리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화의 대가로
    나타나고 있는 잃어버린 인성을 되찾고 더나아가 인간중심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존중의 가치관과 사회적 정의
    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각계 각층이 이 시대적 과업을 깨
    닫고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 실천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건 국가건 온전할 수 없음은 이
    제 재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의 마지막 보루인 가정이 무너지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붕괴로 이어지게 마련임을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
    다. 과거에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가정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재기하는 힘
    의 원천이었고 사회의 저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역경에 이르면 가정과 가
    족부터 버리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족 제자리 찾기와 공동체 의식의 회
    복이 시급함을 철저히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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