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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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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가을 들녘의 斷想

  • 기사입력 : 2004-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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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택진 논설위원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가을 들판에서 수확의 손길이 매우 바쁜 오늘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큰 일교차로 익는 시기도 앞당겨지면서 예년에 비해 일찍 본격 영농철이 시작된데다 각종 농작물의 수확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이 부족한 일손에 더욱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가을 수확기에는 부엌의 부지깽이도 움직인다’라는 우리 속담을 절감시켜 준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풍성한 가을이 되면 이를 거두어 저장하는데 온 몸과 정신이 매달려야 하는 농촌의 현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는 실정이다. 변화의 무풍지대인 셈이다.


    물론 산업화의 혜택으로 영농기계화 시대가 도래.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벼수확을 농기계가 대신해 일손난을 다소 덜어주고 있지만 농부의 바쁜 마음같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젊은이들이 떠나버린 오늘날 농촌현장의 일손 부족난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수확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벼를 바라보는 농부가 안타까움을 되씹고 있는 농촌현장이다.


    이러한 농촌현실은 쌀개방을 앞두고 우리의 농촌이 최대위기를 맞고 있기에 공감도를 확산시켜 준다. 우루과이라운드 실시 이후 우리 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간 무역협정인 FTA가 확대되어 적신호를 던져주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쌀시장 개방이 예고돼 우리 농촌의 위기감은 더없이 고조되고 있다. 쌀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최근 농민들의 목소리가 이의 실태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농업이 단순한 이해득실의 경제논리에 의해서만 판단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라며 식량안보적 차원에서의 강구를 주장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메아리돼 한껏 울려퍼지는 느낌이다. 여전히 농촌의 어려움이 무시된 별천지같은 사회적현상이 재연되기에 더욱 그러하다.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극복 이후 일반 서민들의 생활고는 심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외송금액은 더욱 증가하는 등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날이 갈수록 개선은 커녕 심화되고 있기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그렇지만 작금의 농업경시 세태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수확에 전념하는 농부의 이런 모습을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깊이 헤아려야 한다. 가을의 농작물 수확은 농부에게 연중 최대의 작업으로 거기에는 기상이변이나 힘든 일을 싫어하는 세태로 일손이 귀하다는 일상적인 이유는 용납되지 못한다. 오직 적기에 심고 적기에 수확해야 한다는 철학만이 있을 뿐이다. 이에따라 농부의 몸과 마음은 가을 들판에서 더욱 바빠지게 마련이다. 올해에도 농부의 바쁜 일손에서 가을의 결실이 수확으로 영글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오직 수확의 결실을 향해 이처럼 묵묵히 나아가는 농부의 생활자세를 우리의 소중한 생활덕목으로 지키고 간직해야 한다. 그렇기에 온갖 시련과 고통을 안겨준 자연재해 등을 극복해 가면서 수확의 결실을 지선으로 생활하는 농부의 생활자세를 농심이라 칭하며 이를 옛날부터 우리는 칭송해 왔다. 그곳에서는 자기가 몸과 마음을 기울여 노력한 만큼 거둔다는 땀의 법칙이 지켜지고 그 가치 또한 부여받아 왔다.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이런 생활철학을 전수하기 위해 우리의 선조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사회를 지탱하는 규범으로 작용하기도 했음을 타산지석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에 반하는 현상들이 기승을 부리는 세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심한 후유증을 겪어오고 있는 가운데 주식투자로 패가망신을 한 이웃들의 이야기에도 이제 익숙해 있는 처지이다. 정당한 노력의 대가가 아닌 편법적인 수단에 의한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탕세태는 근로의욕을 상실시키면서 국민의 가치관마저 왜곡시키는 부작용으로 다가서 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노력을 기울인 만큼 결실의 대가가 되돌아 온다는 가을 들녘 땀의 의미는 우리의 생활규범이라는 결실로서 수확되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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