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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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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한국어의 힘

  • 기사입력 : 2004-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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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진숙(논설주간)



    지난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지 558주년 되는 ‘한글날’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한국어가 세계 언어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30~50위 정도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본다. 그렇지만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한국어는 세계 12위 내지 13위로 자리매김되는 ‘강대 언어’란 것이 권위있는 외국학자들의 말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우리말 사용자 수를 6천600만명으로 축소해 보는 사람도 있으나 7천500만명은 된다고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남북한 인구 7천만명에다가 모국어를 사용하는 해외동포를 500만명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수치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프랑스어 사용자와 비슷하고 6천500만명의 이탈리아어를 앞선다. 실제 사용하는 세계 언어의 수가 약 5천개 가량 된다고 하니 한국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잘 알 수가 있다.


    우리말은 한글이란 훌륭한 표현수단이 있기 때문에 자자손손 대물림이 가능하다. 한글은 여타 어느 문자와도 닮지 않은 독창적이고 과학(체계)적인 글자로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란 평가를 받는다.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글이다. 하늘(天)과 땅(地). 사람의 모습(人)을 본떠 기본 모음을 만들고. 발음기관 모양을 본떠서 기본 자음을 만들었다. 여기에다 획을 하나씩 더하거나 조합해 나머지 모음과 자음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질문자(資質文字)’라고 주장하는 언어학자들도 있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어를 배우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일본 후쿠오카 구루메(久留米)대학의 한국어 수강자가 3년 전에 비해 배로 늘어나 올해에는 1천340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전체 학생(5천명)의 27%에 달하는 숫자란다. 일본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절반 가량인 335개 대학에 한국어 강좌가 개설돼 있다고 한다. 과거 동남아에서는 일본어가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한국어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지금 중국내 30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설치돼 있으며. 베이징 한국문화원 강좌에는 수강생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다는 것이다. 홍콩과 상가포르의 한국어 열풍은 더욱 뜨겁다고 한다. 베트남 한국어과 입학경쟁률과 커트라인은 영어 다음으로 높다는 것이 현지 대사관측의 설명이다. 유럽과 중동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더욱 특기할 만한 사실은. 외국어 과목으로는 11번째로 미국 대학입시(SAT Ⅱ)에 한국어가 채택됐다는 점이다.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개설한 미국 고등학교도 50개교에 이르고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미국 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된 핵심 3개 외국어에 한국어를 포함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한다. 미 국방연구소에는 한국어과 교수가 200여명이며. 2만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고 하니 국방·외교적으로 한국어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국어가 일찍이 그 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세계 각국에서 중요시되는 원인이 무엇일까. 이것은 뭐니뭐니해도 우리의 국력이 세계 10위권에 가깝게 신장된 것과 큰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연예인들로 인해 촉발된 한류(韓流)가 선도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민간 해외동포들이 2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교회 주말반으로 운영되는 한국어학교도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하여 한국어 가르치기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문화 알리기가 성행함으로써 현지인들에게도 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짧은 기간 내에 경이적인 경제번영의 꿈을 이룬 한국을 알고 배우려는 세계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정작 우리 자신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처럼 빠른 시일내에 정보통신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하게 된 것은 한글의 과학성도 그 한 몫을 톡톡히 했다.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가 있고 해체와 조합이 용이한 한글이 아닌가. 이러한 점이 IT분야의 발전에 기여한 것이다. 한국어의 힘은 이제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대륙으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인도양·대서양을 지나 중동과 유럽으로 흘러가고 있다. 멀지 않은 앞날에. 인류가 만든 최고 최선의 문자인 ‘한글’이 디지털 시대에 가장 걸맞은 세계인의 공통문자로 채택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중심국가로 거듭 태어나게 될 것임은 자명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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