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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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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수도이전 위헌’ 파문 확산

  • 기사입력 : 2004-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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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택진 논설위원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으로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가 충격의 돌풍에 휩싸이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1일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은 단순히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수도 이전의 문제임을 명확히 하면서 이 경우 국민투표가 필수적인 헌법개정 사항임에도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헌을 결정했다. 이에따라 지난 7월12일 접수된 이 사건은 심리 100여일만에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됐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을 통해 1392년 조선왕조가 창건돼 한양이 도읍으로 정해진 이래 600여년간 전통적으로 서울이 우리 나라의 수도인 사실은 자명한 것으로. 모든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관습헌법이라고 밝혔다. 이런 관습헌법을 국민들의 동의 절차인 국민투표를 통한 헙법개정을 통하지 않고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헌법 130조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이 수백년간 소중히 이어온 수도 서울이라는 가치를 무시한채 특별법 제정으로 수도를 이전하려한 행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결론이다. 더욱이 국가의 정치 행정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헌법사항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의 여론에서 벗어난 밀어붙이기식 국책사업에 쐐기를 내린 셈이다. 정부는 수도이전을 재추진하기 위해 헌법에 충청권의 특정지역이 수도라는 조항을 삽입해야 하고. 이때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가 선결과제로 다가선 것이다.


    헌재의 수도이전 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 사업은 전면 중단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야당과 서울시는 헌재의 결정으로 향후 정국 운영에 한층 힘을 얻게 됐지만. 정부는 국민들의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향후 여당의 국보법 개폐 문제 등 4대 개혁 입법 추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는 정치권 모두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 물론 정부도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총선을 의식해 찬성을 해놓고 선거 후 결사반대로 돌아서 입법기관으로서의 위헌적인 법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였음을 되새겨야 한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인한 정치권의 향후 행보가 초미의 현안으로 주시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개헌안 제출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요하는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국민투표까지 가더라도 부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어쨌든 여권으로서는 충청권의 실망감을 달래고 손상된 정국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헌재 결정에 대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정치적 부담도 안고 있다. 결코 당리당략적 입장에서 비롯되는 여야간 대치정국 심화가 재연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결정으로 인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해 경제에 주름살이 가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충청권 동요 등 사회적 갈등과 수도이전을 전제로 추진해 왔던 국토 균형발전의 차질 우려에 대한 대책들도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수도이전의 법적 근거인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수도이전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국가중대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이에따라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하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헌재의 이번 결정을 새로운 정쟁대상으로 삼아 국민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으로 나아가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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