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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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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경남교육

  • 기사입력 : 2004-10-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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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훈(사회부 차장대우)


    경남 출신 중앙부처 공무원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경남교육이 앞으로 계속 이같이 진행되면 나중에 서울에 경남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그는 “앞으로 10~20년 후면 서울에 경남사람이 귀해서 지방에서 일하기가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중앙부처와 대기업의 본사 직원으로 일하는 경남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추정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최근 고교등급제 파문을 보면서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경남도와 도내 자치단체들은 경남 출신. 혹은 자기 시군 출신의 중앙부처나 정부기관 등의 임직원의 명단을 확보하고 필요할 때 고향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다. 사업내용과 성격이 타 시·도와 비슷한 경우 또는 객관적 자료에 의한 비교우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담당자들의 미세한 선택이 결국 사업 전체의 결정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같은 선택은 정부예산 확보에서뿐만 아니라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이나 대기업 본사 이전을 비롯한 공장부지 선정 등에도 마찬가지이다. 경남 출신이 그 업무의 의사결정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득이 되면 되었지 손해날 것은 없다.


    그래서 사회가 민주화되고 다원화될수록 이같은 다양한 계층의 의사결정자에 대한 인적 인프라가 중요하다. 인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담당자를 만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힘 있는 정치인과 힘 있는 정부기관의 고위관리만 잘 알면 해결되던 문제가 이제는 담당자와 민간부문의 실무자 의견에 따라 결론이 나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진다. 삼성과 LG·현대·쌍용 등 대기업의 경영자. 중견간부와 환경단체. 노동단체의 실무자까지도 중앙정부의 주요정책 결정에 실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다.


    그런데 경남을 위한 이런 인적 인프라는 단번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십년에 걸쳐서 인재를 양성해 사회 곳곳에 보내고 그들과 고향과의 지속적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 시작이 교육이다. 사람을 길러 여러 분야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정부기관도 경남으로 끌어오고 대기업 본사도 경남으로 끌어온다. 우리끼리 앉아서 “보내라 보내라” 한다고 정부기관과 대기업이 서울을 떠나 경남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설혹 정책적으로 지방으로 정부기관과 기업 본사를 옮긴다고 해도 경남이 아닌 다른 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이 개인적 출세의 수단이 되고 또 부모의 지위를 자식에게 세습하는 방편이 되어 우리사회에 교육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아 서울 강남 부동산 값의 폭등과 과외만능 등 과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만큼 효율적인 투자가 없다.


    그런데 변화하는 상황이 대도시의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경남지역 학생들은 점점 더 불리하게 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장래의 기회를 빼앗고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점에서 경남교육은 비상한 각오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소위 일류 과외 강사도. 별다른 입시정보도 없는 지방에서 대도시 학생들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힘을 모아 집중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생이 최선을 다하고 교사가 최선을 다하게 해야 한다. 학생을 학교와 친하게 만들고. 교사를 믿고 따르게 해야 한다. 학습이 얕은 정보싸움이 아니라 우직한 노력의 과정이라는 것을 학생도 학부모도 지역사회도 공감해야 한다.


    20~30년 후 그 때의 40~50대에게 모교와 고향의 의미를 갖게 해야 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교육현안에 대해 교육단체와 학부모 단체도 ‘지방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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