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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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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부시, 일방주의에서 벗어나야

  • 기사입력 : 2004-11-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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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부시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케리가 이길 것이라던 여론조사기관의 예상을 깨고 그가 전국 지지율 51%에 선거인단 286명을 확보함으로써 승리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그가 당선된 배경에는 테러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준 전시상황에서. 지도자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보수층들의 표심이 대거 그에게 쏠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소 우유부단한 듯한 모습을 보인 케리에 비해 시종일관 테러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표방하면서 이분법적인 단순명쾌한 논리로 유권자들을 설득한 점이 주효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문제는 선거로 인해 양분된 미국민들의 민심을 어떻게 통합하느냐이다. 부시는. 누구를 지지했든간에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여 위대한 미국민으로 거듭나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기대대로 빠른 시일내에 국론통일과 국민통합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지지계층간에 갈등이 심하게 표출될 수도 있으며. 이것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그는 4년전 대선에서 고어 후보보다 국민 지지율이 낮았음에도 당선됐다. 이것은 미국 대선이 간접선거제로 치러지는 데에서 오는 ‘모순’이랄 수 있으며. 박빙의 혼전상황하에서는 간혹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당시 부시에게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이란 꼬리표가 붙어 다녔으며. 여론 분열로 인한 사회갈등이 여기저기에서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9.11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시련에 직면한 미국민들은 이러한 슬픔을 계기로 하나된 미국을 외치면서 국민통합을 이루어냈다. 이 과정에서 부시는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대처함으로써 사회 동요를 막고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나갈 수가 있었다. 이후 그는 ‘위대한 미국’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국력을 내세워 세계 각국들을 상대로 강경 정책을 전개해 나갔던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일방주의는 그들 자신에게는 이득이 될지 모르겠지만 세계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것은 다수의 나라와 유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공격한 점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부시가 추구하는 힘의 외교는 일견 성공하는 것 같아도 따지고 보면 그 부작용이 더 크다고 할 수가 있다. 그의 일방주의는 다른 나라의 자존심을 무시하고 미국의 국익만 최우선시하는 데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나라들을 비롯해 중동 이슬람국가 및 중국 등으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음이 사실이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이란·북한 등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이라고 규정.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힘의 압박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는 이제 이러한 패권주의적인 발상이 더이상 세계인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더 큰 반감을 불러일으키게 됨으로써 미국에게 등을 돌리는 나라들이 늘어날 뿐이며. 이것으로 인해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그들이 추구하는 국익과도 거리가 먼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부시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이해 일방통행식 강경정책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세계 각국들과 함께 하는 ‘공존 공영의 길’을 모색해 주기 바란다. 이번에 케리가 당선되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한 국제사회 국가지도자들이 적지 않았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염증을 느껴서가 아니겠는가.


    북한 핵문제만 하더라도 기존의 6자회담만 고집할 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북·미’ 또는 ‘한·북·미’ 대화를 모색하는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고집스런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이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의 경우 우리와 보다 긴밀하게 논의하여 동북아의 안정이 곧 세계평화로 통하는 길임을 인식하고 규모의 최소화와 전력(戰力) 보강을 통해 힘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 될는지는 미지수다.


    우리는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국군을 파병했다. 이것은. 이라크 침략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국내외의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부시 대통령 그에게는 분명 큰 힘이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도 이제는 한국에 대한 일방주의적 시각을 바꾸어서 진정한 우방. 다시말해 신뢰와 호혜 정신을 바탕으로 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맹방으로서의 대우를 해주기 바란다. 그렇게 되면 한국민들의 반미(反美) 정서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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