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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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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북핵 문제와 남·북. 한·미관계

  • 기사입력 : 2004-11-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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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진숙 논설주간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문제협의회(WAC)초청 오찬 연설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북한의 말을 믿기 어렵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한 발언이 일파만파(一波萬波)를 일으켰던 점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야당의 비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조차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염려 속에는 초강대국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장차 그 후환이 뒤따를 것이란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었던 것임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비유하자면. 독수리 앞에서 날개를 펼치며 대드는 까치처럼 위태위태해 보였던 그 발언으로 인해 장차 한반도의 운명이 엄청난 시련에 직면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로 가슴 졸였던 국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기우(杞憂)였음이 밝혀졌다. 지난 20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푼다는 확고한 입장을 다시한번 강조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부시 대통령 2기에서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 1번으로 삼아 한·미간 긴밀한 협의와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평화적·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한반도와 6자회담 참가국 및 전 세계 국민에게 평화와 희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동의한다”면서 “미국으로서는 이란·이라크. 달러 문제 등이 있지만 한반도 문제를 중대한 이슈로 삼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발언에 대해 양해하는 입장의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외교적 해결 원칙이 재확인되자 여야는 모처럼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그렇지만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집권 2기를 맞은 부시 대통령이 남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입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으로서.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들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에 반해 뉴욕타임즈는 “부시 대통령의 북한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판이하게 다르지만 당분간 더이상 구사할 만한 강경책도 마땅하지 않은 형편”이라 지적하면서. 그 이유로 “북한과 군사충돌이 일어날 경우 이것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감축해야 하는 요인이 된다고 국방부가 판단하고 있기 때문”임을 밝히고 있다. 향후 부시 정부가 대북 핵 정책과 관련해 강경 일변도에서 선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가진 미 국무부 관계자와 한국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한·미관계와 남북대화에 대해 전례 없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해 준다고 하겠다.


    이제. 한·미 양국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와 관련. 두 나라간의 오해와 불신이 해소됐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북한이 곧 6자회담 테이블로 나올 것이란 청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주 북한을 방문해 당국자들을 만나고 온 장 핑 유엔총회 의장이 방한해 그들로부터 ‘공존을 원한다는 사실을 미국에 전달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았음을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만남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북한은 노 대통령의 LA 연설이 객관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즉. 궁지에 몰린 자신들의 입장을 어느정도 대변해 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듯 싶다. 그렇다면 북한은 중단된 남북대화 재개에 적극 응해야 한다. 고립돼 있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려는 우리 정부의 진정한 뜻이 남북 공존·공영에 있다는 점을 곡해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남북 장관급 회담’과 개성공단사업 등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통한 화해 무드 조성은 6자회담에도 크게 도움되는 일이다.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지금 준비하거나 추진하는 게 없다”면서. 추진한다면 공개적으로 할 것임을 밝혔다.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서로간의 많은 현안들이 해결될 수 있는 초석이 놓일 것임은 물론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민족의 명운이 걸린 이러한 현안들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여야는 정부의 정책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 밀어주어야 한다. ‘힘에 의한 평화 유지’란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앞에 가로 놓인 북핵 문제와 남·북. 한·미관계를 긍정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총체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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