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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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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하늘 산책

  • 기사입력 : 2005-05-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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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러글라이딩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몸을 기댄다. 하얀 구름과 달콤한 키스로 ‘하늘 맛’도 본다.

        독수리가 아니다. 비행기는 더더욱 아니다. 인간 새의 군무. 바로 ‘이카루스의 후예’를 자처하는 패러글라이더들이다. 바야흐로 패러글라이딩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주말 창원 정병산 자락. 패러글라이더들이 겨우내 고이 접어뒀던 장비 점검에 신이났다.

        시원한 고함소리와 함께 땅을 박차고 나간다. 뛰어들고 싶은 맘이 불끈 솟는다. 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기자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맛만 다신다. 끊임없이 날고 싶어 한 이카루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가 이 장면을 봤다면 아마 졸도했을지도 모른다.

        “장난감 같은 세상을 만나는 게 가장 좋지요. 하늘에 떠 있는 순간은 현실 속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하지 않아요.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생활체육협회 경남패러글라이딩연합회 박희택(41) 사무국장이 담담하게 말한다.

        패러글라이딩은 낙하산의 안정성과 행글라이더의 비행성 등 장점만을 고루 갖추고 있다. 다른 항공레저에 비해 장비나 조종법이 비교적 수월해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게 특징. 전문스쿨을 통해 지상과 이론교육. 비행교육 등 32시간 정도의 기본코스를 거치면 10~20분의 단독비행이 가능하다.
        짧은 시간에 즉시 하늘을 날고 싶은 이들은 전문가와 함께 타는 2인승의 ‘텐덤비행’을 즐기면 된다.

        지상에서는 글라이더 사용법. 장비운용방법. 날개 만드는 방법 등 패러글라이딩을 위한 기본 교육이 이뤄진다. 그다음엔 단순한 이착륙 과정을 배우는 초급단계. 전방 이륙과 후방이륙 두 가지가 있다. 중급단계로 들어서면 ‘상승비행’과 약간의 ‘열 비행’을 할 수 있다. 이 단계를 거치면 후방 이륙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초·중급 과정을 포함한 크로스컨트리 비행단계의 고급단계로 5㎞부터 수십㎞까지 혼자 비행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강풍 등 악천후를 제외하고 언제든지 활공할 수 있다. 고도는 500m부터 2천m까지. 조절도 가능하다.

        꽉 막힌 도시를 벗어나 하늘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건 어떨까. 이번 주말은 한번 새가 되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자세한 문의는 생활체육협회 경남패러글라이딩연합회 사무국(☏252-9440)으로 하면 된다. 최승균기자 july9th@knnnews.co.kr

     

        낙하산의 안정성 · 행글라이더의 비행성 장점 고루 갖춰

        장비 간단 조종법 쉬워 32시간 기본교육 후 10~20분 단독비행 가능

        "이번 주말엔 푸른 바람소리 맞으며 구름과 입맞춰 볼까"

       

        ▲도내 어디가 좋을까
        도내 시군이면 대부분 활공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다.
        창원 봉림산과 천주산. 김해 신어산. 양산 오봉산. 고성 벽방산. 진주 옥산. 사천 와룡산. 함양 자양산. 지리산 정령치. 성삼재. 남해 망운산 등이 활공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의령 한우산은 정상까지 자동차로 이동이 가능해 패러글라이딩의 명소로 자리 잡아 사계절 많은 동호인들이 찾고 있다. 최근에는 합천 황매산에서 국제페러글라이딩 대회가 열리는 등 전국규모 이상의 대회도 자주 열린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처음 장비 구입 외에는 추가비용이 거의 없다. 도시락만 준비하면 충분하다. 다만 한국활공협회 공인 교육기관에서 소정의 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수강비는 6일과정의 기본반은 40만원. 5인 이상 단체반은 30만원선. 보통 교육기관에서 장비는 무료로 대여해준다.

        -다음은 기본 장비 가격.
        ★캐노피(날개)= 일반적으로 하늘 쪽 부분을 덮는 것을 캐노피라고 하는데 패러글라이딩에서는 날개를 말한다. 가장 핵심장비다. 250~300만원선.

        ★하네스(의자)= 시트형. 서파인형. 포드형. 라이저 일체형 등 여러종류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시트형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50~100만원선.
        ★장갑= 장갑을 착용하지 않으면 산줄과 마찰에 의해 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고 초가을부터 겨울에는 장갑이 필수적이다. 3~5만원선.

        ★헬멧=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장비. 귀를 막게 되면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귀를 가리지 않는 것으로 선택한다. 가격은 10만원선.

        ★구조 낙하산(예비 낙하산)= 난기류에 말려 캐노피가 접힌 채 이탈이 안 된다든가 기체가 심각한 손상을 입는 등 정상적인 조종이 불가능한 모든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 도구다. 25만원선.
        ★기타= 보안경. 무전기. GPS. 상승계 등이 필요하다.

        ▲바람의 조건
        바람의 속도는 최대 20Km/h이하 여야 한다. 가장 적당한 바람은 10~15Km/h이다. 바람의 방향은 정풍(맞바람)일때 비행해야하며 돌풍(GUST)이 없어야 한다. (10초간 5Km/h 이내의 풍속변화면 비행가능) 풍속계가 없을 때는 주변의 상황을 살펴 비행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비행 안전 수칙
        ★비행전 안전점검(기상. 지형. 장비. 비행자 자신)을 자신의 책임 하에 반드시 실시한다.
        ★풍속이 20Km/h이상이면 모든 비행을 중지하고 그 이하의 풍속이라도 스스로 판단하여 무리라고 생각되면 비행을 하지 않는다.
        ★혼자 단독 비행을 해서는 안 되며 다른 글라이더와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비행한다.
        ★여러 대가 동시에 비행할 때는 선행자의 선회방향을 확인하고 진입하며 선행자와 같은 방향으로 선회 한다.
        ★서로 마주쳤을 때는 우측 비행한다. 추월 시에도 항상 우측으로 한다. 직각으로 마주쳤을 때는 좌측의 비행자가 양보한다.
        ★능선이나 절벽의 사면에서 마주치게 되었을 경우 산의 바깥 방향으로 선회하기 쉬운 기체가 선회하여 피한다.

        "하늘 누비니 세상이 내 것 같아요"

        우리 동호회는요 - 파라캠프

        “하늘에서 밑을 내려보면 왜 타는지 알게 될 걸요.”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회원이 오히려 반문한다.

        창원의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파라캠프’. 40여명의 회원들은 교사. 회사원. 중소기업 사장 등 직업이 다양하다. 20대 초반의 왕성한 혈기를 가진 청년부터 30대 아줌마. 60대 할아버지까지 성별도 연령대도 천차만별.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 앞섰을까. 나이도 직업도 잊게 만들었다.

        동호회가 결성된 건 3년 전. 동호회 회장 박희택(41·경남생체협 패러글라이딩연합회 사무국장)씨가 주축이 됐다. 사실 박씨는 히말라야 등반(1992) 성공으로 체육훈장을 받았던 산악등반 전문가. 92년 프랑스에서 처음 패러글라이딩을 접한 후 마산에서 파라캠프 스쿨을 차리면서 활공전문가로 옷을 갈아입은 게 계기다.

        그동안 박씨가 가르친 회원만 1만여 명. 현재 마창지역에 있는 동호회도 대부분 박씨로부터 파생됐을 정도. ‘파라캠프’는 최근에 강습생들이 모여 다시 결성한 동호회다.

        동호인 중에는 상당한 실력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도지사배 패러글라이딩대회에서 단체 준우승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특히 이균상(51). 이철수(34)씨는 1년에 전국단위로 5번밖에 열리지 않는 국가대표선발전마다 참가해 상당한 점수를 받은 상태. 회원들은 주말 보통 30㎞(활공시간 약 3시간) 정도 하늘을 누빈다. 우리나라 기류나 지형상 고난이도 수준이다. 3개월에 한번씩 호주나 인도 등 외국의 활공대회에도 참가해 기량을 넓히고 있다.

        “새와 나란히 바람을 가르며 나는 기분. 직접 느껴 보세요. 또 다른 삶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회원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처럼 묘한(?) 미소를 띤다. 최승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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