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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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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양극화 해소, '평생직장' 복원하자

  • 기사입력 : 2006-0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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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올 한해 노사가 ‘평생직장 복원’을 새 화두(話頭)로 삼으면 어떨까. 때 지난 뜬금없는 헛소리쯤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즈음 경제주체별 지향점과 예견되는 미래상을 살펴보면 ‘평생직장 복원’에 대한 사회적 담론의 필요성이 자연스레 대두된다. 불과 몇년 사이 우리 사회에 ‘평생직장’이란 말은 아련한 추억속의 단어쯤으로 전락했다. 대신 ‘평생직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 층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인들도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느냐가 ‘생존 과제’가 됐다.


    먼저 이 기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의 이면을 보자. 경제살리기는 기왕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 속엔 ‘기업하기 좋은 나라(사회)’가 마치 명제나 당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물론 21세기 경제전쟁시대에 기업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터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각종 규제완화 못지 않게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그 본류다. 기업하기 좋은 사회가 자칫 변질되어 가는 사이에 일할 맛 나는 사회의 공간은 점차 줄어들었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작금의 기업들은 펀(Fun)경영. 뉴패르다임 경영. 지식경영 등을 앞다퉈 도입했거나 확산중에 있다. 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펀경영은 재미와 즐거움을 통해 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들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경영이다. 또 뉴패르다임은 직원을 소모품으로 보지 않고 평생학습체제를 통해 인재를 키우는 것이고.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지식경영은 개인 등이 갖고 있는 많은 지식을 잘 모아서 경영에 필요한 지식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어떤 경영이든 한마디로 ‘사람중심 경영. 사람존중 경영’이 그 핵심이다.


    역설적으로 기업의 이같은 경영변화와는 달리 직장인 대다수의 행태는 ‘딴판’이다. 구조조정하기 좋은 환경과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의 모순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지난해 한 구직업체 조사결과 현재의 직장을 평생직장이라고 여기는 직장인은 10명중 3명에 불과했다.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최고’와 ‘최적’만 존재할 뿐 진정 회사를 지탱하는 많은 ‘프롬프터’들은 무대뒤의 열외자일 뿐이다. 노조에서조차 있는 동안 많이 받고 보자는 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평생직장’을 떠받치는 두 축인 고용안정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무너진 이후 그간 사회의 변화된 모습은 ‘정(正)’보다 ‘부(否)’에 가깝다. 조기퇴직으로 떠난 자리엔 1년단위 계약 비정규직과 단기 파견근로자들로 메워졌다. 평생직업이랍시고 제대로 된 자리로 옮겨 ‘몸값’을 올린 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한편으론 자영업자만 잔뜩 늘려 놓아 통계는 월소득 1백만원을 밑도는 영세 자영업자가 37%에 달했다. 이른바 중산층의 하향화. 고령층의 빈곤화와 계층간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갈등 구조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회복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다. 통계상 근자에 소비가 살아났다고는 하나 고급소비가 견인하고 있고. 일반소비는 생계형 수준에 머문다. 궁극적으로 내수부족은 장기 저성장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평생직장’으로의 복원은 국민연금 등을 비롯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다음 세대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일자리’를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로 신규고용을 늘려 선순환되도록 해야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근로자들의 일자리 유지가 양극화 해소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병술년 새해. 일할 맛 나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노사가 나아가는 진(進)과 함께 되돌아 가는 귀(歸)도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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