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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증세-감세' 논쟁

  • 기사입력 : 2006-02-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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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개혁 방안을 두고 여·야간에 ‘증세-감세’ 논쟁이 시작되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의 증세 주장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감세 주장으로 맞받으면서 서로의 입장을 선명히 했다. ‘증세-감세’ 논쟁은 오는 5월의 지방선거를 넘어 2년후의 대통령 선거까지 갈 정치적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선거에서 정책을 두고 선거를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맹목적 색깔논쟁이나 지역주의. 상대방에 대한 인신비방 등 후진적 선거양태가 선거과정에서 난무하고. 유권자들은 선거의 제대로 된 쟁점을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투표를 해 왔다. 그 때문에 많은 유권자들이 내가 어느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나에게 득이 되는지를 따져보지도 못하고. 혹은 후보자가 주장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모르고 투표하는 사례마저 적지 않았다.


      ‘증세-감세’논쟁은 이른바 ‘진보-보수’논쟁의 핵심적 사안이며. 현실적으로 모호한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말을 ‘세금=돈=복지’라는 훨씬 구체적인 사안을 통해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구에서 이야기할 때 보수는 평등보다는 자유에 무게중심을 두고 시장 활성화와 성장.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진보는 시장에 대비되는 국가와 분배. 복지에 초점을 두고 큰 정부을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공간의 갈등과 6.25전쟁 등을 겪으면서 북한과 미국이라는 중요한 외부적 요소 때문에 보수와 진보라는 말의 의미가 일반적 사용법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이제 그같은 과거의 정치적 가위눌림에서 벗어나면서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한 이해도 원론에 가깝게 다가가고 이번의 ‘증세-감세’ 논쟁도 그같은 성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간략하게 말한다면 증세의 주장은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많은 재정이 소요되니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사회적 양극화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더 이상 경제성장도 사회적 발전도 불가능할 정도로 우리사회가 왜곡되고 비틀어진다는 우려에서 나온다. 부자에게 더 많이 걷어서 가난한 사람에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감세 주장은 양극화의 이유는 경제성장이 부진한 탓이니. 작은 정부를 통해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경제는 시장에 맡겨 자유경쟁을 통해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되어야 일자리가 늘고 가난한 사람들이 직장을 구해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부자가 돈을 더 많이 투자하고 소비하게 하여 경제흐름 속에서 돈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세와 증세가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실제적 상황으로 다가올 때 받아들이는 국민 개개인의 느낌은 평소의 소신과 많이 다르다. 평소 사회 양극화를 걱정하고 더 많은 사회복지를 주장했던 사람들도 세제 개편으로 자신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면 그 구체적 정책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또 평소 경제의 효율성을 강조하던 사람들도 자신이 구조조정에 해당되면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자신이 살아 남으면 다른 동료의 아픔에 대해 쉽게 눈 감는다.


      감세는 입에 달다. 부자든. 중산층이든. 서민이든 세금을 적게 내면 좋아한다. 증세는 그 반대다. 입에 쓰다. 하지만 세금으로 받은 돈을 잘 사용하면 몸에 좋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도 좀 더 솔직히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변의 선동적 발언이 아니라 나의 실제적 이익이 어떤 주장과 부합하는 지를 더 많이 생각해보고. 지지할 정당과 선거 후보자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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