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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 대나무 공예품 제작 거제 원용태-윤명숙 부부

  • 기사입력 : 2006-02-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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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값싼 중국산에 밀려 냉대를 받고 있는 맹종죽 본고장에서 손으로 대나무 공예품을 만들어 담양박물관 등에 납품하는 고집스런 부부가 있다.
    거제시 장목면 송진포리 621-2 원용태(48). 윤명숙(42)씨 부부.

      톡 쏘는 것과는 달리 달콤한 맛의 조생종 양파 생산지로 전국에 널리 알려진 송진포.
    마을 진입로를 지나자마자 이들 부부의 삶터이자 대나무 공예에 대한 창작열을 불사르는 작업실 겸 집으로 사용하는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이 길가에서도 쉽게 보인다.

      이름하여 ‘어진공예’.
    원씨의 첫인상은 부드러움과 함께 대나무와 같은 수줍은 ‘고고함’이 보였으며. 부인 윤씨의 상냥함과 자신감은 상대방에게 강한 신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들 부부가 이곳 송진포에 터를 잡은 것은 지난 2003년 초.
    그 이전 강원도에서 20여년간 해 온 황토집을 짓는 건축업과 연극인 생활을 접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제2의 인생 개척을 위해 지난 2002년 사천시 곤양면을 찾았다.

      막상 인터넷을 통해 찾아간 곤양의 대나무 공예의 배움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험난했다.
    당시 공방에는 이 부부에게 대나무 공예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스승이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15곳의 대나무 공방이 있는 하동군과 죽세품 고장인 담양을 찾는 등 4개월 간의 연구와 실습을 통해 대나무 공예의 핵심 기술인 전기인두 낙죽(烙竹)을 익혔다.
    그래서 ‘어진공예’의 명함에는 부부가 만든 머그잔. 녹차잔. 술잔. 물잔. 밥그릇. 붓통 등을 원씨가 제작. 윤씨가 낙죽한다고 적혀 있다.

      어진의 뜻은 어질고 꾸준하게 하라는 의미로 셋째아들 어진(5)이 이름을 따랐다.
    처음에 머그잔. 녹차잔. 술잔을 만들어 보았으나 막상 판매처가 없자. 국내 판각의 대가인 담양정미사 대표 정창규(65)씨를 찾아 샘플을 보여주고 납품을 허락받았다. 담양박물관 내 8개의 관광상품 코너에서는 이들이 납품한 죽공예 제품을 2천~5천원에 팔고 있다(납품가는 영업전략상 비밀).

      2년 전 곤양에서 거제 송진포로 이사를 온 것은 죽공예 원료인 대나무가 경남에서 30%이상 생산돼 손쉽게 대나무를 구할 수 있을 기대감 때문.
    그러나 대나무 산지라서 손쉽게 대나무를 구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점차 사라졌다.
    산주들이 도매상에게 직경 10㎝이상 되는 대나무 1그루당 1~2천원에 판매하는 것을 “죽공예 때문에대나무를 구입하러 왔다”는 말을 듣고 “가격을 3천원 이상 부르고. 산주가 외지인들이 많아 연락하기 힘들어 손쉽게 재료를 구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작업에 적합한 직경 10cm이상의 대나무를 구하기 위해 원씨는 2년 동안 자신의 1t 트럭을 타고 장목면 일대와 대나무가 보이는 거제의 야산을 안 가본 곳이 없다.
    원씨는 담양 등지에서 죽공예품 주문을 받으면 어김없이 새벽에 집을 나선다.
    해가 떠기 전 대나무의 물 오른 상태를 봐야만 속병이 안들고 작업에 적합한 대나무를 고를 수 있기 때문.

      지금은 멀리서 대나무 색상만 보고도 고를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
    일반 대나무는 6개월이면 성장을 마치나 그 이후로 내부가 병들지 않고 2년 이상 견뎌야만 작업에 적합한 강도를 지닌단다.
    하나의 죽공예품이 완성되기까지는 최소 1주일의 공기가 필요하다.

      뒤틀림이나 조깨짐을 방지하기 위해 주문 제작한 대형 스텐인리스 솥에 물 20ℓ. 소금 2㎏의 비율의 소금물을 만들어 적합한 크기로 절단한 대나무를 넣고 60도-24시간. 30도-24시간. 35도-24시간 삶은 다음 농업용 건조기에 넣고 하루 정도 건조시킨다.
    자연을 이용하면. 바닷물에 절인 후 건조하는데까지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건조된 대나무의 외형을 기계사포의 거친 것과 부드러운 것으로 문질러 부드럽게 하고 마지막으로 전기인두로 낙죽을 한다.

      낙죽은 부인 윤씨 담당이다.
    지금은 매(梅). 난(蘭). 국(菊) 사군자를 새겨 넣는데 능숙하다. 손을 맞춰 1주일에 2천개 정도의 주문 물량을 가뿐하게 만든다.
    이들 부부의 죽공예 실력은 전라도에서 입소문을 타고 거제 관내까지 인정받았다.

      지난해 거제어촌민속전시관 매장과 유람선회사 납품에 이어 시보건소에서 금연 시상품. 시의회 기념품을 주문받는대로 사군자 대신에 캐릭터와 관광명소의 자연을 새겨넣어 관광홍보에도 한몫한다.
    이들 부부는 납품에 쫓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지름 10㎝. 높이 20㎝ 미만의 전시·생활용품이 아닌 자연을 그려넣어 새긴 죽공예 작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림욕 중에는 대나무 삼림욕이 제일”이라는 원씨는 “일시에 대량 생산의 욕심을 버리면 3월에서 10월까지 고가의 대나무 수액을 꾸준하게 채취할 수 있는데. 무차별 절단으로 인해 수액이 그냥 땅속에 파묻혀 안타깝다”고 말했다.거제=이회근기자leeh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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