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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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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리워… 어느새 붉은 눈물 '뚝뚝'

  • 기사입력 : 2006-0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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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 학동~명사마을 일주

      너무 늦은 걸까?

      해금강으로 가는 길엔 드문드문 동백의 흔적만 남았다

      그래도…

      신선대·홍포 전망대와 명사마을에 이르는 드라이브 코스는

      봄맞이에 들뜬 가슴 달래기에 충분했다


      따뜻한 햇살이 이마를 때린다. 정말 봄인가보다.
      `어디로 떠나볼까.'

      감상반 고민반 하는 사이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거제에 피눈물 뚝뚝 흘리는 동백꽃이 애타게 기다린단다. 자신을 소개해 달라고. 얼마 전 거제를 다녀온 한 동료의 말이다.

      `그렇담 바로 가야지. 흐흐, 콧구멍에 바람 넣으러∼'

      섬은 섬인데 섬이 아닌 섬. 남단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거제도.
      시원하게 새로 뚫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무섭게(?) 가로지르니 어느새 주황색 아치를 자랑하는 거제대교다.

      한 10여분 달렸을까. 청마 유치환 생가, 폐왕성 표지판이 나오면서 둔덕면에 들어선다. 우측으로 보이는 바다 한가운데 고랑이 잘 파인 밭이 늘어서 있다. 굴양식장이란다. 방파제에 동산만큼이나 쌓인 굴 껍데기가 이채롭다.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을 지나 옛 거제의 중심이었다는 거제면을 지나친다. 수백 마리의 갈매기 떼들이 마중을 나왔다. 반갑다고 소리도 지른다.

      한산한 도로를 따라 들어가자 동글동글한 깜장색 몽돌 밭의 학동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동백꽃과 해안절경의 볼거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텔과 레스토랑이 들어선, 휴양지로 변한 마을을 벗어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자 양쪽으로 기름을 칠해 놓은 듯 반들거리는 녹색 잎의 동백나무가 쭉 늘어서 있다.

      잠시 후 철조망 보호대로 둘러싸인 `동백림·팔색조 야생 군락지'(천연기념물 제233호)가 나타난다. 팔색조는 무지개색에 검은 색을 더해 8가지 빛깔을 낸다고 하여 붙여진 새의 이름. 지금은 거의 볼 수 없지만 이곳은 한때 편안한 안식처였다고 한다.

      `피눈물은 어디간거야. 벌써 꽃이 다 졌나.'

      기대한 것보다 좀 실망스럽다. 붉디붉게 타오르는 화사한 꽃은 별로 없다. 다만 일부 나무에서만 연분홍 봉오리가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 정도. 진녹색의 잎만 덩그런 나무는 처량하기까지 하다. 햇살에 반사돼 은빛을 내는 착시현상만이 위안을 줄 뿐이다. `앙꼬 없는 풀빵'처럼 허전함을 뒤로 한 채 리아스식 해안선으로 다시 들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의 언덕'이라고 불리는 도장포 마을을 지나고 다소 복잡하게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신선대 전망대. 탁 트인 한려수도의 모습이 가슴에 꽂힌다. 올망졸망하게 모인 대병대도, 그 뒤엔 대매물도 등 섬들과 천장산, 망산의 위용. 바로 앞 기암절벽들은 동백의 허전함을 싹 날려버린다.

      일주도로에서 가장 툭 튀어나온 해금강에 도착해서는 입이 쩍 벌어진다. 과연 명승은 명승이다. 바다의 금강산이라고 했던가. 해금강은 한 덩어리일 것 같은 큰 바위는 바닷속에서 넷으로 갈라져 4개의 절벽사이로 열십자 모양의 수로가 뚫려있다. 사자바위, 촛대바위, 부처바위 등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들은 신비스럽다.

      해금강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몽돌해수욕장인 여차마을을 지나면서부터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 유일하게 비포장 도로. 까마귀재길이라 불리는 여차와 홍포사이의 `덜커덩' 산길은 색다른 드라이브 코스다. 천천히 비틀거리며 오르는 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해안가 끝 쪽 언덕배기에 오르자 작은 전망대가 나온다. 홍포 전망대. 다시 한 번 눈이 부시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사이좋게 모인 섬들. 신선대 전망대보다 훨씬 자세히 눈에 들어온다. 대병대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어유도, 소대병도, 가왕도, 그 너머엔 연화도다. 특히 소매물도 언덕의 쭈뼛한 등대는 쫙 펼쳐진 수평선의 가늠자 같다.

      아스라한 절경을 뒤로 하고 울퉁불퉁한 길(일부는 시멘트 길이다)을 따라 홍포(虹浦)마을에 도착한다. `무지개 마을'이란다. 저녁 노을이 질 때면 마을에 무지개가 뜬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고즈넉한 방파제에는 조사들이 세월을 낚고 있고 마을 앞에서는 미역 말리기가 한창이다.

      한 폭의 절경을 뒤로하고 대포·근포 마을을 지나면 이번엔 흑색 몽돌이 아닌 새하얀 모래사장이 나타난다.

      여행의 끝 명사마을. 모든 게 평화롭다. 백사장 가운데 올라선 소나무는 붉게 지는 석양에 취한 듯 오히려 붉은 빛이 감돈다. 바다 앞 해수욕장을 운동장으로 삼고 있는 특이한 초등학교. 그 사이를 어깨동무하며 거니는 어느 연인은 분명 멜로드라마에서 본 듯한 기억이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아쉬움을 한껏 뒤로한 채 온 길을 재촉한다. 그리고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그랬을까. 아마 그랬을 거야.'

      후드득 떨어진 동백꽃들. 일 년 동안 헤어져야 할 그리움에 그렇게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일찌감치 들어갔나 보다.

    (사진: 맨위에서 부터 거제 학동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도로변에 동백꽃이 피어 있다. 대병대도, 매물도 등 아름다운 섬들을 조망할 수 있는 거제 신선대 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동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동백로는 풍경이 아름다워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글= 최승균기자 july9th@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가는길=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 동통영IC- 거제대교를 넘은 뒤 우회전- 국도14호선 - 둔덕면- 거제면- 동부면- 학동해수욕장- 동백림(천연기념물)- 신선대 전망대- 해금강- 여차해수욕장- 홍포해수욕장- 명사해수욕장

      ▲잠시 들러보세요

      ★바람의 언덕= 금강마을 가기 전 도장포 마을에 있다. 좌측으로 내려가면 도장포 유람선선착장이 있어 외도·해금강 관광을 할 수 있다. 매표소에서 바라다 보이는 민둥산 언덕이 일명 ‘바람의 언덕’이다. 여러 드라마와 영화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해금강 테마박물관= 도장포 마을에 있는 폐교된 분교에 새로 조성됐다. 2층 규모로 5만여 점의 전시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영화세트장 모형으로 50~70년대 모습으로 그대로 되살렸다. 이태리 베네치아 가면. 무라노 그라스. 프랑스 도자기 인형. 파이앙스 도자기. 밀랍 인형. 깐느 영화제 포스터. 그리고 세계 작가들의 명화를 감상 할 수 있다.

      ★거제 자연휴양림= 동부면 구천리 노자산 해발 150m에서 559m에 걸쳐 위치한 자연 휴양림이다. 120ha에 등산로. 야영장. 통나무집 방갈로 등 각종 편의시설 완비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외에도 거제자연예술랜드. 노자산 용담폭포와 다양한 농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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