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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새로운 가난' 벗어날 길은?

  • 기사입력 : 2006-02-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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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의 개념이 바뀌었다고 한다. 배고파서 굶어죽고. 추워서 얼어죽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이 우리 사회의 현실을 꼭 그대로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조건인 의식주가 ‘衣·食·住’에서 ‘醫·識·住’로 바뀌었다고 한다. 입고. 먹고. 그냥 잠자고 하는 것은 해결되었지만. 병 고치고. 자식 교육시키고. 아파트 입주하고 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학기를 맞아 많은 대학들에서 오르는 등록금으로 학교당국과 학생들간에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등록금이 한 학기에 사립대의 경우 인문계는 350~400만원. 자연계는 450~500만원에 이른다. 국립대도 200만원에 이른다. 다행히 집 가까이 있는 대학에 다니면 모르되 다른 도시로 유학을 할 형편이면 주거비와 생활비. 책값 등을 더하면 대학생 하나에 1년 들어가는 비용이 1천500만원을 쉽게 넘어 거의 2천만원에 이르는 형편이다.


      애써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면 엄청난 학비에 짓눌리고. 전공공부 외에 취직에 유리하다는 외국어며 컴퓨터며 열심히 익혀서 졸업을 해도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쉽게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대학진학보다 고교 때부터 직업교육을 받아 고교졸업과 동시에 직장을 구한다고. 그러나 우리네 형편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실업계. 특성화. 정보화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많은 고교들이 사실상 인문계와 크게 다르지 않게 대학진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졸업하고도 먹고 살기가 힘든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어떻게 하겠느냐는 게 자식 키우는 부모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대학 가지 않으면 4년 동안 5천만~1억원을 고스란히 모을 수 있는데 대학 가서 가난해지는 꼴이다.


      의료보험이 있다고 하지만 큰 병에 걸리면 돈이 많이 드는 치료부분은 아직도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것이 많다. 병치레 한번 하면 1~2천만원은 쉽게 들어간다. 의료비는 죽기 전 1년 동안의 지출액이 그 전 평생 지출 총액과 맞먹는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월급쟁이로 평생 주택 하나 장만하고 은퇴하면 65세 때부터 그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매달 은행에서 빌려쓰고 나중에 주택 팔아서 갚는 ‘역모기지’라는 좋은 제도가 나왔다고 한다. 어렵게 취직해서 10년만에 집 한 칸 장만하고. 그 집 대출금 갚는데 20년 지나니 어느덧 퇴직하고. 그 집 담보로 생활비 얻어 쓰는데 20년. 그렇게라도 살 수 있는 게 고맙기도 하지만 서글프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살아. 자식 대학 등록금 걱정. 아픈데 병원이라도 가서 병원비 걱정. 자식 뒤치다꺼리 다하고 집 한 칸 남아서 역모기지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은 살림살이가 중간은 넘는다.


      앞으로는 많은 사람이 이같은 걱정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700만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 350만 농민. 400만 생계형 자영업자 등이 모두 ‘이같은 걱정으로부터 벗어나는’ 절대 빈곤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이미 7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인구의 15% 수준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 진행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대책없는 한계상황으로 계속 몰아가면 이들이 ‘사회적 폭탄’이 될 것이라고 외국언론이 지적하고 있다.


      이제 나누지 않고는 안된다. 얼마 전 삼성그룹이 8천억원이라는 돈을 사회에 내놓았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앙과 지방. 많이 배운 자와 적게 배운 자가 서로 돕고 나누어야 한다.

    박승훈(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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