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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시골집이 '효자'될까

  • 기사입력 : 2006-03-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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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한 말이 여전히 유효한 지 궁금하다. 한 부총리는 당시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못박고. 얼마만큼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명확하게 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정부의 목표는 2003년 10.29 이전 가격 정도로 환원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 가격대로라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20%이상 떨어져야 하고 또 다른 통계로는 전국적으로 5.8%. 서울은 8.2% 넘게 떨어져야 한다. 이 말을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마는 가만히 앉아 집값이 올랐으니 집을 가진 사람들로선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문제는 오르는데도 ‘차별’이 있어 특정지역의 가격만 잔뜩 올려놓아 집값의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말할 것도 없고 도내의 경우 창원과 마산만 보더라도 불과 몇년 사이 믿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농촌지역과는 비교조차 하기 민망하다. ‘있는 집’의 재산만 더 늘려 놓은 꼴이니 유식한 말로 자산의 양극화가 심각해졌다. 이대로 고착화됐다간 헌법에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는 종이속의 권리일 수밖에 없다. 지방에서 웬만한 집 한 채 팔아도 서울 변두리 전세값도 안된다. 지방에서 서울사람되기 어렵고. 시골서 창원사람 되기가 쉽지 않으니 사주팔자 타령이나 하며 살아야 할 처지다.

      여기에다 얼마전 정부가 내놓은 역모기지론이란 게 집 없는 사람들은 아예 열외고. 시골사람 지방사람들로선 부아가 치민다. 요약하면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부부가 6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사망할 때까지 매월 186만원씩. 3억원짜리는 매월 93만씩 연금형식으로 준다고 한다. 그것도 공시가격 기준이다. 집 한 채만 달랑 가진 노부부에겐 노후 걱정을 덜게 돼 환영할 만하다. ‘집 한채가 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서울사람. 특정지역 사람 중심 정책이다. 지방에서. 더욱이 농촌에서 공시가격으로 이 수준에 도달하는 집은 그리 흔치 않다. 해당된다면 대출연금에 의존할 계층으론 보기 어렵다. 혹시 기업도시라도 유치된다면 모를까 시골집이 ‘효자’가 되기에는 百年河淸(백년하청)이다. 어찌됐든 이왕에 내놓은 정책이니 집값 오르기를 학수고대해야 하고 빌어야 할 판이다. 10.29이전 가격으로 집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두손 들고 말릴 수밖에 없게 됐으니 아이러니다.

      그간의 경제성장 덕분에 절대적 빈곤은 웬만큼 사라졌다. ‘배고픈 문제’보다 ‘배아픈 문제’ 해결이 오히려 급하다고 할 수 있다. 올들어 양극화 해소가 참여정부의 화두라고는 하나 이에 따른 병리현상인 이른바 상대적 빈곤감.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갈등에 더 주목해야 한다. ‘부가 부를 낳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도를 넘어섰다. 내집 갖기에 발버둥 치느니 포기하는 것이 속 편하다. 하지만 단순히 포기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허쉬만 교수는 상대적 빈곤감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터널효과(Tunnel Effect)’로 설명한 바 있다. 체증현상을 빚고 있는 2차선 일방통행 터널 속에서 계속해서 한 차선만 움직이고 자신이 탄 차의 차선은 정체될 때 교통순경마저 불신하게 되고 급기야 불법적으로 딴 차선에 끼어들어 교통마비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소득분배 불균형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지만 지나치면 경제 사회발전을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록 상대적 박탈감은 개개인의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더라도 시골집이 ‘효자’가 되고 거주이전의 제약이 없는 날이 과연 올까. 갈길 바쁜 참여정부가 짊어지고 가야할 ‘業(업)’이다.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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