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금요칼럼] 사법개혁 바람은 부는가

  • 기사입력 : 2006-03-10 00:00:00
  •   
  •   “재판은 국민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 “우리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이 신임법관 임용식에서 한 말이다. 이례적인 대법원장의 발언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법원장은 또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발언을 했다. “법관은 재판을 통해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선언해야 한다. 법관이 내리는 판단은 항상 공정하고 보편타당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가 공정하고 보편타당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훌륭한 재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력이 없는 죽은 판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법원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 시대의 모든 법관은 ‘법관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이 대법원장의 이같은 발언을 접하고 사법부에 개혁의 바람이 불 것인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자칫 법관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염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해야 할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헌법과 법률수호의 최후의 보루가 사법부라고 믿고 있다. 동시에 개혁의 무풍지대 또한 사법부라고 말한다. 사법부는 그 어떤 정치적 변화나 사회적 변동에도 흔들려서는 안되며.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유사한 사건임에도 법관에 따라 형량이 들쭉날쭉한 점과.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 내려진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래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가 없다. 사법부는 ‘유전무죄(有錢無罪)’·‘유권무죄(有權無罪)’란 말이 생겨난 원인과 배경을 잘 살펴보고. 자성(自省)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이어야 함을 강조한 대법원장의 발언은 바로 이러한 점을 적시한 것이 아니겠는가.

      사법개혁이라고 해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해야 하는 것는 아니라고 본다. 우선 사법정의 실현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와 관행이 있다면 이것을 혁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과 관련해 갓 변호사 개업을 한 전직 판·검사 출신자들에 대한 ‘전관 예우’부터 근절해야 할 것이다.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법원 내부에서 이렇다할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는 ‘도로무공(徒勞無功)’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곧 사법부 불신을 초래하는 큰 원인이 되지 않겠는가.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국선변호사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그 혜택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양형기준을 객관화해 공개한다면 ‘전관 예우’란 폐단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사법개혁과 관련해 최근 의미있는 변화가 일고 있어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창원지방법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예를 들어 뇌물죄의 경우 뇌물을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하여 형량을 정하되 공무원이 뇌물을 적극 요구했을 때에는 금액과 상관 없이 집행유예 아닌 실형을 선고하며. 적극적으로 요구는 하지 않았지만 뇌물로 받은 금액이 1천만원 이상이면 실형 선고를 원칙으로 했다. 그리고 배임수죄 관련 뇌물액이 3천만원 이상일 때. 업무상 횡령·배임에 있어서 범행의 수단과 방법에서 죄질이 불량하고 법 경시적 태도가 명확할 때. 일반인의 법 감정상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각각 실형을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법원이 국민속으로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현직 부장판사가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써야 한다는 요지의 논문을 ‘법률신문’에 게재해 법원 내부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사법개혁’이란 거창한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법원 공직자들이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재판관들이 원고나 피고인에게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는 등 실천될 수 있는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국민에게 군림하는 사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법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면 그 길이 보일 것이다. 목진숙 논설주간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