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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준혁신도시, 왈가왈부할 일 아니다

  • 기사입력 : 2006-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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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의 준혁신도시 건설이 이번 도지사 선거판의 핫 이슈다. 한나라당의 두 유력 주자간의 치고 받는 형국이 흥미를 더한다. ‘뜨거운 감자’인지라 손이 델까봐 머뭇거릴 상황도 아니다. 도민들. 특히 마산시민들이 관중석을 꽉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 전시장인 송은복 예비후보가 먼저 펀치를 날리고 김태호지사가 이에 질세라 되받아 치는 모양새다. 아직 초반이라 관중들이 판세를 가름하긴 쉽지 않으나 양측의 폼은 확연히 다르다. 한 쪽이 ‘떡 줄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일갈하자 또 한쪽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며 호언장담한다.


      관전의 이해를 돕기위해 선제 포문을 연 송 예비후보의 ‘공격 폼’부터 살펴보자. 최근 몇 차례 가진 기자회견을 요약하면 이렇다. “애당초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채 정치적 목적만으로 강행된 준혁신도시는 행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정치적 공약에 불과한 실체조차 없는 허상이다.

      공공기관 개별이전은 산이나 바다에 인접해야 하거나 공해 등으로 인해 도심에 위치할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마산엔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공공기관은 진주 혁신도시에 일괄 이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주장한다. 한 술 더떠 “김지사가 물밑에서 조용히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추진했는지 그 내용을 소상히 밝히라. 서울로 못가고 있는 것도 말할 데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고 압박을 가한다. 한마디로 떡 줄 ×도 없는데 이제 정치놀음은 걷어치우라는 얘기다.


      김지사의 ‘맞받아 치는 폼’도 일품이다. “준혁신도시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참으로 안타깝고 심지어 연민의 정을 느낀다. (지난해 5월27일) 정부 부처와 체결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기본협약서에는 지역의 특성과 이전기관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개별이전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강원과 충북·경북 등에서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원칙만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관료주의이자 단순한 발상이다.

      정부와 갈등이 있더라도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 진정한 지도력이다. 지역갈등을 유발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는 중단하라”고 되받는다. 준혁신도시는 허구가 아니라 경남도와 자신의 의지라며 젊음과 패기로 ‘길’을 열어 가겠다는 것이다.


      좀더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있겠다. 문제를 단순화하기 위해 여기서 추진과정이나 결정배경은 논외로 하자. 현재까지 드러나 있는 상황은 오는 2012년까지 12개 공공기관이 경남으로 온다는 것이고. 경남도는 이중 9개기관은 진주 문산의 혁신도시에. 주택공사 등 주택기능군 3개기관은 마산 회성동에 이전토록 한다는 것이다. 반면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혁신도시 한 곳에 집중배치한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있는 준혁신도시 용어는 공공기관 개별이전이 혁신도시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기자들이 임의로 붙인 것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경북을 비롯한 7개 시도가 경남과 같은 입장이고.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자체 선정한 ‘혁신도시’마저 백지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제부터 관전평을 해보자. 우선 어느 쪽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양측이 주판알 튕기듯 손익계산이나 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진실게임이나 표계산을 할 사안이 아니라 성사여부가 초점인 것이다. 송 예비후보의 주장은 오랜 행정 경험에서 나온 고뇌에 찬 판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중앙의 논리에 경도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불과 몇달 전까지 ‘김해 (준)혁신도시’를 주도한 전력이 있다. 김해는 괜찮고 마산은 왜 안되는지 이유를 확실히 밝혀야 할 것이다. 김지사의 경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준혁신도시 결정 당시부터 ‘마산시민을 볼모로 한 선거용’이라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시끄러운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전을 가시화해야 한다. 그것도 5.31 선거일 전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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