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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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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과 진실

  • 기사입력 : 2006-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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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한 면장이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자기 지역에서 오랫동안 무료급식을 해오던 한 스님에게 무료급식 때 함께 사진 한 장 찍자고 요구했다가 “그런 식으로 생색내기 행정과 봉사를 하려면 앞으로 이곳에 나타나지 말라”는 꾸지람이었다.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있다 그만 돌아가야만 했다. 수행한 부하직원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한 것은 뻔한 일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많은 단체 등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많은 활동에 걸맞게 봉사활동에 관한 전화도 자주 온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니까 취재를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유원지 등지에 쓰레기를 줍고 사진 등을 동봉해 신문게재를 요구하는 분. 불우이웃에 쌀 한 말 갖다 주고 보도 자료를 내는 분. 위의 사례처럼 봉사활동에 그 지역 책임자가 갑자기 나타나 사진촬영을 바라는 분 등이다.

      이들의 활동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요구도 심심찮게 있다.
      사랑을 외쳐대는 봉사활동 속에 가식과 위선자가 더러 있는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양파의 껍질은 벗겨도 한결같은 자태를 보이듯 사랑과 봉사란 한결같은 자태와 진실한 침묵만이 있기 마련이다.

      최근의 청각장애우 돕기 자선음악회가 이런 경우가 아닌가 한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업인들이 나섰고 도내 예술인들이 대가 없이 작품 제공과 무료 출연해 이식수술과 재활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을 볼 때 벗겨지는 양파 속을 보는 느낌이다. 이달 말 또다른 단체에서 결식아동 돕기를 위한 자선음악회도 준비돼 있다. 공연 수익금은 전액 이들에게 지원된다.

      우리 주변에는 말없이 봉사하는 선행단체들 또한 많다. 누가 알아주건 안 알아주건 자신들의 일만 묵묵히 할 뿐이다.
      최근 봉사 취재요청 전화를 받을 때는 흐뭇한 마음에 앞서 떨떠름한 기분이 앞선다. 좋은 일을 하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자신의 입지를 위해 사진 한 장을 부탁한 어느 한 면장의 가식은 아니였으면 한다.  전강준(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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