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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의문투성이, 한미FTA

  • 기사입력 : 2006-04-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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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자유무역협정(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될 정도로 한미FTA가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늦은 감은 있지만 국회에서도 한미FTA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사전에 면밀한 준비 없이 미국의 사정에 맞추어 너무 졸속적으로 조급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소고기·자동차·의약품 및 스크린쿼터 분야에서 미리 양보하고 들어간 이유는 무엇인지를 따져물었다.

     물음에 답변하는 한덕수 총리대행 등 각료들은 앵무새처럼 “사전에 충분히 검토했고 또 할 것이다.”. “한미 FTA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구체적인 득실이 무엇인지. 왜 불가피한 것인지. 어째서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더구나 한미FTA 협상 개시 선언을 관례처럼 양국이 각기 자국의 국민 앞에서 하지 않고 우리 대표가 미국에 가서 미국 국민 앞에서 했는지를 따져 물었을 때 총리대행은 미국의회로부터 협정 비준을 쉽게 받기 위해서였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말하자면 우리 정부는 이번 한미FTA와 관련하여 그것으로 인해 생사가 왔다갔다 할 우리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고. 오직 미국의회가 통과시켜 주지 않을 것만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다.

      한미FTA를 지지하는 유일한 논리는 우리는 무역의존도가 70%를 상회하는 무역국가이므로 자유무역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국민들도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러한 상식이 그야말로 비상식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무역대국이 된 것은 철저한 관리무역(수출지원과 수입통제) 덕분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고. 미국·일본·독일 등이 영국에 대항하여 극단적인 보호무역을 통해 오늘의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다소 덜 알려진 사실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오늘날. 이른바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무차별적이고 무분별한 개방과 자유화를 시행한 결과가 IMF 경제위기였고 또 많은 개도국들이. 그리고 선진국들조차도 번갈아가면서 겪고 있는 외환위기라는 사실도 이제는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닌가. 사실이 이럴진대 무역과 투자의 완벽한 자유화가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자유무역이론은 이론을 위한 이론일 뿐이고. 그것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마치 반풍수 집안 망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미 양쪽 모두 한미FTA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냈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는. 무역수지는 연간 50억불이 감소될 것이고 GDP는 최대로 1.99% 상승하고 고용은 10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는.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가 90억불이 감소할 것이고. 단 4년만에 한국은 대미 무역적자로 바뀔 것으로 추정하고. GDP는 고작 0.7% 상승할 것이며. 고용은 아예 추정치조차도 제시되지 않았다. 요컨대 양측 다 한미FTA가 한국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무역협회가 추정한 산업별 무역확대효과를 보면. 섬유가 194억불. 수송기계가 410억불. 전자가 397억불 정도 수출이 증가되는 반면 농산물 한 분야에서 무려 1천5억불의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 한다. 서비스업을 제외한 전 산업을 통틀어 수출은 1천239억불 증가하고 수입은 2천165억불 증가할 것이라 한다. 이것만으로도 대충 1천억불의 적자가 예상되는데. 여기에는 금융·교육·문화·의료 및 기타 공공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할 무역적자와 투자이윤 송금은 아예 계상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우리의 무역구조는 현재 대일(對日)적자를 대미(對美)흑자와 대중(對中)흑자로 보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대중흑자는 중국의 추격으로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에 있는 반면 대일적자는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어 쉽게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대미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면 무역수지 전체가 적자로 반전되고. 그것도 갈수록 누적될 공산이 크다. IMF 경제위기가 막대한 무역적자의 누적. 즉 달리 말해서 대외채무의 급등에서 기인된 것이었음을 상기할 때 제2의 IMF 경제위기는 불가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정부는 한미FTA를 졸속적으로 밀어붙이고자 하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히고 국민적 공론을 통해 득실을 확실히 따진 후 국민의 동의를 받아 한미FTA를 추진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조작하여 미국의 투기자본에게 팔아먹은 ‘매국노’들이 이젠 경제 전체를 말아먹으려 한다는 비난을 들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서익진(경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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