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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경찰의 지방분권 부인하는 자치경찰법안

  • 기사입력 : 2006-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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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 국민의 관심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국회에는 작년 11월 정부가 제출한 자치경찰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지방자치의 완성으로 불리는 경찰의 지방화가 드디어 실현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분권론자들은 환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치경찰법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분권론자들은 환호가 아니라 통곡을 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본질적으로 권력행사를 뜻하기에. 중앙집권의 전통이 뿌리깊은 우리나라에서 경찰의 지방분권이 쉽게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의 제도적 핵심이 권력의 분산에 있는 이상. 경찰의 지방분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선거공약으로 자치경찰 도입을 내세웠고. 정부 출범 이후 정부혁신·지방분권정책의 큰 축의 하나로 자치경찰 도입을 추진해온 것은 이러한 흐름을 읽은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막상 2004년에 정부가 내놓은 자치경찰 도입안과. 그것을 구체화하여 행정자치부에서 작년 8월 입법예고한 자치경찰법안은. 이제까지 논의되어온 자치경찰 도입론의 주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었다. 자치경찰의 관할권을 광역자치단체가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 준 것이 그렇고. 또한 자치경찰의 권한을 극소화하여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의 경찰권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1990년대 지방자치의 부활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자치경찰 도입론은 대부분 광역자치단체가 자치경찰을 관할하여 현재 국가기관인 지방경찰청을 시·도로 이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일본형 모델로 불리기도 하는 이 방안은. 경찰조직과 사무를 떠맡기기에는 기초자치단체보다는 광역자치단체가 인적·행정적·재정적 역량 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기본적 논거로 한다. 나아가 자치경찰조직이 자치단체의 장 내지 토호세력의 사병(私兵)으로 변질할 우려도 광역자치단체보다는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 훨씬 더 크다.


      그런데도 행정자치부는 난데없이 이름도 생소한 스페인 모델을 들고 나와. 광역자치단체가 아니라 기초자치단체가. 그것도 원하는 자치단체에 한해서. 소규모의 자치경찰대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결국 자치경찰의 권한을 극소화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치경찰의 사무를 주민의 생활안전활동에 관한 사무. 지역교통활동에 관한 사무. 시·군·구의 공공시설 및 지역행사장 등의 지역경비에 관한 사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에서 자치경찰공무원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의 4종에 한정함으로써. 경찰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치경찰이 지방자치단체 구역 내에서의 경찰사무를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찰사무는 여전히 국가경찰이 담당하고. 자치경찰은 현재 청원경찰이 담당하는 것보다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지극히 주변적이고 사소한 권한만을 가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자치경찰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에는 원칙적으로 경찰권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자치경찰 도입이 경찰의 지방분권과 주민의 의사에 따른 치안행정을 통한 경찰의 민주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리고 진정으로 자치경찰을 도입할 의도라면. 자치경찰의 주체를 기초자치단체가 아니라 광역자치단체로 하고. 전국의 지방경찰조직을 그대로 광역자치단체에 이관하여. 국가경찰은 자치경찰이 담당할 수 없는 전국적 사무만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 정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이름뿐인 자치경찰법안은 철회되거나 부결되어야 한다.

    최영규(경남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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