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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실안 낙조…저 붉은 바다가 날 오라 하네요

  • 기사입력 : 2006-1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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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바다 섬들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문득 겨울 문턱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천시 실안동.

    이곳 해안가 실안낙조는 사천8경 중 하나.

    사계절 내내 해가 떨어지지만 만추의 쌀쌀한 날씨를 피해 찻집에 들러 뜨거운 차 한잔에 몸을 녹이며 볼 때는 꿀맛이다.

    또한 낙조를 보기 위해 지나치는 길들과 곳곳의 명소들.

    이런 곳에 푹 빠져 자신과 가족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을 할 때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창선·삼천포대교

    남해고속도로 사천IC에서 내려 3번 국도를 타고 쭉~ 남쪽으로 달리다보면 1003번 지방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1003번 지방도를 타고 ‘산분령’을 돌면 실안해안도로를 만날 수 있다.

    3번 국도를 계속 타고 창선·삼천포대교 앞까지 곧장 내려가도 실안해안도로와 만난다. 산분령을 중심으로 해안도로를 오른쪽으로 도느냐 왼쪽으로 도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사천까지 왔으면서 ‘다리의 백화점’이라 불리는 창선·삼천포대교를 빼먹을 순 없는 노릇.

    3번 국도로 내려 왔다면 실안해안도로로 빠지기 직전에 대교에 오를 수 있다.

    대교는 사천시 대방동과 모개섬을 잇는 삼천포대교(3경간 강합성 사장교). 모개섬과 초양섬 사이의 초양대교(중로식 Steel Arch교). 초양섬과 늑도 사이의 늑도대교(3경간 PC박스 상자형교). 늑도와 창선도 사이의 창선대교(하로식 3경간 Steel Arch교). 창선 단항 육지부의 단항교(P.C빔교) 등 5개 다리가 제각각 자태를 뽐내며 육지와 섬을 연결하고 있다.

    총3.4km인 대교의 끝에서 좌회전을 해 창선대교 타운에서 다시 대교를 타면 된다. 창선대교 타운에는 유람선 선착장도 있고. 매일 오후 7시께 연륙교자동차극장에서는 2천원을 내고 최신 영화도 관람할 수 있다.


    ▲죽방렴과 굴 까는 아낙들

    요즘 남해안에서 낙조를 보려면 오후 5시는 넘어야 한다. 창선·삼천포대교를 둘러보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안해안도로로 접어든다. 해가 떨어지려면 아직도 2~3시간은 족히 남았다.

    멀리 죽방렴이 보인다. 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 물목에 대나무발 그물을 세워 물고기를 잡는 원시 형태의 어구인 죽방렴이 바다와 어우러져 마치 예부터 그곳에 있은 듯하다.

    물빠진 갯벌에는 실안어촌계 아낙들이 옹기종기 모여 굴을 까고 있었다. 저녁 무렵 굴을 사가는 차가 오면 1kg을 1만원에 내다 판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생활비도 하고 자녀들 학교도 보내고 했단다.

    내년 1월까지 굴을 깔 수 있어 그나마 겨울 한 철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아낙들의 모습에서 아늑한 고향의 어머니를 느끼게 된다.

    “밥은 먹었습니까”라고 건넨 인사말에 “노는 사람은 세 끼 챙겨 먹지만 일하는 사람은 그럴 수 있나”란 대답을 듣고는 나태한 생활을 돌아보고 뜨끔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찻집에서 바라본 실안낙조

    이제 서서히 태양이 바다를 벌겋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좀 더 운치있는 곳에서 낙조의 절정을 보고 싶어진다.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산중턱에 자리잡은 작은 공원에 차를 세운다.

    해안가를 타고 오르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게다가 주위에 널브러진 낙엽들. 한 줄기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들.

    여행객이 낯선 곳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묘한 그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곳 실안해안도로에는 전통찻집과 카페 등 9곳 정도의 쉴 곳이 있다. 물론 바닷가라 횟집도 여러 곳이고 원드서핑. 모터보트를 즐길 수 있다.

    그 중 낙조가 가장 멋있어 사천시에서 낙조전망대를 세우려고 한 곳 근처에 자리잡은 전통찻집에서 약차를 주문했다. 십전대보탕에다 조청이 한 쌍인 약차는 이름 그대로 쓴맛이 입안에서 맴돈다.

    약차의 맛을 음미하는 동안 시계는 오후 5시를 넘어가고. 해는 서서히 바다에 뛰어들 태세로 주변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달리 보면 멀리 보이는 남해섬들 사이로 숨으려는 듯하다.

    넘어가는 태양은 마지막 안간힘을 내며 바다에서 해안가로 굵직한 붉은 길을 내놓았다. 그리고 서서히 붉은 길과 함께 태양은 자취를 감추고 달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더 가볼만한 곳=사천8경

    사천시에는 창선·삼천포대교와 실안낙조를 포함해 사천8경이 있다.

    △남일대 코끼리바위=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남녘 땅에서는 제일의 경치라고 이름 지은 곳이다.

    △선진리성 벚꽃=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출전시켜 왜선을 함몰시킨 곳으로 성내 1천여 그루의 벚꽃이 만개하는 봄이면 은백색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와룡산=높고 낮은 봉우리가 아흔아홉 개로 형성돼 구구연화봉이라 전해지며 기암괴석과 한려수도의 많은 등산객이 찾으며 5월 철쭉은 온산을 진홍색으로 물들인다.

    △봉명산 다솔사=많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뜻으로. 일제 때 한용운 선생을 비롯한 독립 운동가들의 은신처이기도 했으며 대양루. 응진전. 극락전. 적멸보궁과 보안암석굴이 있어 등산과 삼림욕. 약수를 즐기려는 발길이 늘고 있다.

    △사천읍성 명월=사천읍성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경관과 달맞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비토섬 갯벌=육지와 바다 사이에 두 번씩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하는 판이한 두 세계의 중간에 있는 갯벌은 육상과 해상의 생태계 완충작용과 연안 생태계 유지물로서 훌륭하게 보존돼 자연생태 체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박영록기자 pyl21c@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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