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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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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박영록기자

  • 기사입력 : 2007-03-13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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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들에게 지방극단이 어렵다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 다른 지방문화예술단체들도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관객들의 눈길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우선이지. 지방극단의 작품이라며 애향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달 만난 창원극단의 한 대표가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꾸준히 극단에 관심을 가져줄 고정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초 묘책(?)을 강구했다는 것이다.

      극단 대표는 “한 달에 5천원도 좋고 1만원도 좋다. 액수는 문제가 아니다. 매달도 좋고 두서너 달도 좋다. 극단에 관심을 가져주는 관객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극단 후원회원 모집에 나섰다는 것.

      결과는 참담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함흥차사였다. 왜 다른 극단들이 일반 후원회원 모집에 무관심한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몇달이 지났을까. 연말에 통장을 정리하다 보니 낯선 사람의 이름이 주루룩 찍힌다. 극단 대표는 ‘누가 잘못 넣었나’하고 한참 동안 고민에 빠졌다. 마침내 까맣게 잊고 있던 후원회원 모집을 기억해 냈다.

      극단 대표도 잊고 있었는데 창원 팔룡동 상가에서 장사를 하는 한 부부가 몇달간 꾸준히 후원금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공연티켓을 10여장 보냈다. 그리고 공연 당일 온가족을 데리고 극장을 찾은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극단 대표는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관객들은 좋은 작품만 내놓으면 오지 말라고 해도 간다. 극단은 돈만 많으면 좋은 작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흡사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풀리지 않는 철학적 명제를 안고 있는 것이 지방극단의 현실이다.

      ‘무엇이 먼저냐’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극단도 관객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박영록(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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