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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지체2급 윤성구씨, 절망 딛고 '산업 역군' 삶 개척

  • 기사입력 : 2007-04-25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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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식물인간 상태 의지로 극복··· 장애인직업훈련 후 `제2의 인생'

    교통사고로 인한 반신마비에도 불구하고 강한 재활 의지로 장애인직업훈련을 받은 후 자동차부품 공장에 취업. 개척적인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 있어 비장애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창원시 팔룡동 진인산업에서 기계조립 일을 하는 윤성구(30·지체장애2급)씨.

    건장했던 그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13년전인 1995년 고교 3학년 때였다. 졸업후 취직을 결심하고 충남 천안직업학교 실습생으로 입학. 주말 집으로 내려오는 일상을 반복하던 중 진영 모 갈비집 앞 국도에서 뇌를 크게 다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1년여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상이었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전혀 기억이 없었습니다. 이후 1년여 동안은 온몸을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식물인간 상태로 깊은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왼쪽 팔·다리는 정상을 되찾았지만 말씨도 어눌하고 오른쪽 수족을 맘대로 쓸 수 없는 중증장애로 취업은 언감생심이었다. 사회에 대한 두려움으로 집안에 틀어박혔다. 어느날 청춘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재활에 들어갔다. 시골길을 뒤뚱뒤뚱 무작정 걸었다. 우측 뇌손상으로 우반신의 신경이 쇠약해 자주 넘어졌지만 이를 악물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친구의 권유로 길거리에 버려진 생활비품을 수거해 파는 일을 시작했다.

    이어 고물장사. 껌팔이 등으로 3년여 거친 사회와 부닥쳤다. 너무 힘들어 장애를 가진 자신에게 또 다른 길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창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알게 되고 공단 소개로 부산직업능력개발센터에 입학. 실무훈련과 대인관계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첫 직장은 대구에 있는 장갑 생산공장. 사장이 장애인을 무시하는 데다 두 달도 안돼 화재가 발생.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얻은 직장이 현재의 진인산업.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이 업체 주재열(50) 대표는 윤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구는 저보다는 20년이나 어리지만 제 삶의 스승입니다. 집념과 의지는 말할 것도 없고 가치관이 너무 밝습니다. 나같은 비장애인들로 하여금 삶을 허비할 수 없게 합니다. 회사 간판을 내리는 날까지 함께 갈겁니다.”

    윤씨는 대산면 남포마을 부모님 집에서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운동을 한 후 장애인 전용스쿠퍼와 시내버스를 이용. 일터로 출근한다.
    바람을 묻자 환하게 웃으며 자신보다 심한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또 여건만 되면 컴퓨터 관련 일도 배우고 마음씨 좋은 여성을 만나 가정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목기자 smlee@knnews.co.kr

    [사진설명]  창원시 팔룡동 진인사업 작업장에서 자동차 부품 조립을 하며 활짝 웃고 있는 윤성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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