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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탈리오 법칙'과 법 집행

  • 기사입력 : 2007-05-03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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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C 1750년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왕 즉위 38주년에 발표한 함무라비법전은 인류 최초의 성문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문구로 요약되는 `탈리오 법칙'을 규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대국가가 형성되기 이전 무제한의 사적보복을 허용하던 단계가 진화하면서 가해와 복수의 균형을 취하여과거의 무차별, 무제약적으로 행사되었던 법 집행을 국가권력의 질서 하에 두면서 피해자가 입은 해와 동일한 보복을 허용하는 등 어느 정도의 응보적 정의를 충족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물론 현대 형법이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에는 못 미치지만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도 못 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사회적 이목을 받고 있는 재벌그룹 회장의 폭행사건을 지켜보면서 3천700여년 전 형성된 `탈리오 법칙'이 오늘날 사회지도층 인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함무라비 법전에서 `자유인의 눈을 뺀 자는 그 눈을 뺀다, 뼈를 부러뜨린 자는 그 뼈를 부러뜨린다'는 조문과 내 아들이 눈을 맞았으니 너도 눈을 맞아보라며 때렸다는 사실이 이토록 유사하다니 말이다.


    더욱이 국가의 형법권과 법 집행력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자신이 마치 법인양 사적 제재를 가하고 협박을 일삼는 반면 자기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기업소속 변호사를 방패막이로 삼는 등 법의 보호를 받으려 고심하는 행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국민들의 법감정은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피해의식이 남아 있음에도 우리 사회의 가진 자, 힘있는 자들은 국가의 법집행력을 무시하고 자신과 가족들을 법위에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특권의식을 버리지 않는 한 법의 정의실현은 묘연한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만이 법을 집행할 주체이자 법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고 가진 자, 힘있는 자는 약자에 엄격하고 강자에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적 잣대를 벗어나야만 3천700여년 전의 탈리오 법칙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구현진 (마산중부경찰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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