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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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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 그때 그시절] (90) 징검다리

  • 기사입력 : 2007-06-25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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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노소의 '동네 사랑방' 징검다리

    주남 돌다리 복원 이전의 옛 모습



    단편소설 황순원 작 ‘소나기’에서 주인공 소년과 소녀가 처음 만났던 장소가 개울가의 징검다리였다.
    마을 부근 개울이 흐르는 곳이면 어디없이 흔히 볼 수가 있었던 징검다리가 사라져 버린 지가 오래 되었다.

    개울 너머 논밭으로 일하러 갈 때나 읍내에 장보러 갈 때. 학교에 갈 때도 셈을 세며 한 발. 두 발 건너 다녔던 징검다리가 변하는 세상 따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개울을 가로질러 둥글넓적한 돌덩이들을 보똑에 맞춰 개울바닥에 놓아서 개울을 건너 다니기에 편리했던 징검다리는 마을사람들 누구나 오가며 마주칠 때 정답게 인사를 나누게 하는 길목이었고 만남의 약속장소이기도 했다.

    더운 여름날 논밭의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 잠시 땀을 씻으며 쉬어가는 곳이기도 했고 자라날 아이들에게는 징검다리만큼이나 안전하고도 훌륭한 피서지이자 재미있는 놀이터가 없었을 만큼 그리운 어린시절 추억의 산실이기도 했다.

    또한 징검다리는 마을 이웃의 대소사를 알 수 있는 공동 빨래터였고. 반딧불 반짝이는 밤중이면 남녀노소 모두의 목욕탕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즘 같은 여름 장마철이면 징검다리 돌덩이 사이로 흐르는 개울물의 흐름과 높낮이를 보고도 대략적인 강수량을 가늠할 수 있도록 절묘하게 놓여진 돌덩이 하나하나마다에서 자연환경을 사랑했던 옛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를 엿볼 수 있게도 했다.

    그랬던 징검다리는 자동차가 다니는 육중한 회색 콘크리트 교량 아래로 파묻혀 버렸고 맑디 맑았던 개울물도 흐려져 이제는 만남의 길목도. 빨래터. 목욕탕도. 아이들의 놀이터도 먼 옛날 소설이나 추억 속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위 사진은 1981년 6월 하순경 창원시 북면 연동리 앞 개울가의 징검다리 모습이며. 아래 사진은 그 시절 창원시 대산면 가술리의 주천강을 가로지른 주남 돌다리로서 지방문화재 제225호로 지정. 복원되기 전의 옛 모습이다.

    글·사진=양해광(향토자료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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