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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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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따라 시름도 씻기네~

  • 기사입력 : 2007-06-28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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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창한 숲·싱그러운 자연의 향 코끝 `자극'

    계곡물의 시원함 담긴 산바람 더위 날려줘

      ‘주변의 산세와 어울려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 흐름이 마치 눈이 흩날리는 듯하다.’
      ‘산은 흡사 책을 포개어 올린 듯한 채석강을 방불케 한다.’
      ‘수석들의 암반은 성천의 물결에 파이고 파여 물고기 비늘 형상을 이룬다.’
      ‘장군바위가 굽어 내려보고 있는 가운데 성천의 맑은 물은 분설담을 새긴 자획을 마모하며 흐르고 있다.’

      거창의 소금강 월성계곡의 심장에 자리한 분설담을 묘사한 글이다.
      계곡의 멋을 그대로 옮겼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도심의 묵은 시름을 씻기에 충분하다.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과 주변의 절경은 그만 그자리에 보는 이를 주저앉게 만든다.
      계곡에서는 독서삼매경에 빠져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도 있고. 수박 한 덩이만 계곡물에 던져 놓고도 한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다.


    ▲월성계곡

      덕유산과 지리산. 가야산 등 주변의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거창에서도 월성계곡은 지대가 높다. 산이 깊고 골이 깊다. 그래서 계곡을 따라 자리잡은 인근 마을은 ‘하늘마을’로 통한다.

      남덕유산 동쪽 자락에 위치한 월성계곡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차로 10분 정도면 된다.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계곡을 따라 쭉 도로가 나 있기 때문에 차안에서도 계곡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월성계곡은 ‘휑하니 둘러보고 가야지’란 생각을 했더라도. 막상 계곡에 들어서면 차를 세울 수밖에 없다.
      거창의 피서지를 말하면 흔히들 잘 알려진 수승대와 금원산 일대로 꼽지만 호젓하기로는 월성계곡이 한 수 위다.

      산세가 웅장하고 숲이 울창하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장만 조금 열어 놓아도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가 코끝을 파고든다. 자체가 큰 산림욕장이다. 여기에다가 계곡물의 시원함이 담긴 산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폭은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월성계곡은 수량이 풍부하고 계곡물이 바위 사이를 헤집으며 작은 폭포와 여울을 만들고 있다. 게다가 계곡을 향해 나 있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가면 너른 곳이 나오고. 넓은 바위들이 많아 물놀이를 하기에 적합하다. 넓은 바위는 젖은 옷과 몸을 말리기에도 유용하다.

      텐트를 준비해 간다면 황점마을 입구와 월성리 월성숲. 사선대. 월성청소년수련관 입구. 주은자연휴양림 부근. 한결고운갤러리 건너 숲. 민들레울이 있는 강선대 부근. 행기숲 등이 야영하기에 좋다. 하룻밤을 계곡에서 보낸다면 한밤의 계곡 물소리는 자장가나 다름없다.

      월성계곡에서 꼭 한번은 들러볼 곳으로는 강선대. 분설담. 장군바위. 사선대가 있다.
      북상면 농산리 강선대는 바로 신선이 내려와 즐기던 곳이다. 대 위에는 소나무가 신선처럼 자리해 유장하게 흐르는 성천을 굽어 내려 보던 세월을 마감하고 이제 고사목으로 서 있다. 물빛과 산빛이 고운 강선대 주변은 월성계곡의 첫 머리에 자리한 명소다. 강선대 가까운 큰 바윗돌에는 전주최씨 영모동이라 새겨 있다. 동계 정온 선생을 기려 세운 모리재 어귀의 강선대는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돌아와 모리산을 오르며 남긴 선생의 시정을 담고 있다.

      장군바위는 북상면 산수리의 물 나들이 맞은편의 산줄기 위에서 아래로는 순암(蓴岩)을 두고. 성천과 산수천을 굽어보며 마치 양날개로 병정들의 사열을 받고 있는 듯한 당당한 위풍으로 서있다. 17세기 화가 진재 김윤겸의 진경산수 화첩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고운 경치를 지니고 있다. 옛날 낚싯대를 드리웠던 성천과 산수 물 나들이와 만나는 접합점의 바위에는 갈천 첨모당 유허지라고 새겨 있다.

      사선대는 월성계곡 상류에 있다. 이곳은 1909년 고종의 5남 의친왕 강(堈)이 나라가 어지러울 때 사선대 일대를 뒷날 의병의 근거지로 삼으려고 준비하던 중 일제에게 발각돼 뜻을 이루지 못한 구국의 한이 서린 곳이다. 그래서 왕실의 선원(璿源)을 기린다는 뜻으로 사선대(思璿臺)라 부른 것을. 큰 바위가 4층으로 포개져 있고 돌 위에서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에 따라 사선대(四仙臺)라고 부른다. 마치 기단 위의 3층 석탑을 방불케 하는 사선대 맨 위 바위 모양은 마치 거북 같기도 하고. 봉황새 모양 같기도 한데. 그 머리 부분이 남덕유산 쪽을 바라보고 있다.



    ▲위천천~수승대~월성계곡 드라이브

      월성계곡을 찾으면 한가지 덤이 있다. 자연스럽게 계곡 드라이브를 하게 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35번)를 타고 지곡IC(나들목)에 내리면 함양 안의면이다. 여기서 화림동계곡과 용추계곡을 지나 24번 국도를 따라 거창군에 들어서면 마리면이 나오고. 여기서 위천면 수승대까지 오른편으로 위천천이 나온다.

      위천천은 하천폭이 넓고 군데군데 놓아 둔 수중보가 얇은 수영장을 만들고 있어 한여름 물놀이 장소로 제격인 곳이다.
      위천천을 뒤로 한 채 장풍숲까지 오면 오른쪽으로 37번 국도가. 왼쪽으로 37번 지방도가 나있다. 국도를 따라가면 무주 방향이고. 지방도로 가면 바로 위천면사무소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수승대관광지다. 수승대에서는 매년 여름철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린다. 올해는 내달 27일부터 8월15일까지 수승대와 거창교육문화센터에서 한여름 밤의 열정과 낭만을 쏟아낸다.

      수승대에서 북상면사무소 앞 삼거리에서 북덕유산 자락으로 계속 직진을 하면 해인사의 말사인 송계사다.
      송계사는 원효와 의상이 652년 영취사(靈鷲寺)를 창건한 뒤. 5개의 부속 암자를 세우면서 송계암이라고 이름지어 창건됐다. 송계사 앞 삼거리에서 북덕유산 골짜기를 따라가는 송계사 계곡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청정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송계사를 둘러봤다면 북상면사무소 앞 삼거리로 다시 내려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여기서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면서도 넉넉한 기품을 가진 남덕유산 방향으로 들어가면 병곡리와 산수리로 들어가는 갈림길 삼거리에서부터 월성계곡이 시작된다.

      월성계곡은 도로가 계곡을 따라 나있고. 곳곳에 차를 세울 곳이 있어 물줄기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놀이를 하기에도 적당하다.
      월성계곡은 남덕유산 등산 기점인 황점 매표소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데. 여기서부터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남덕유산 정상밑 남령재까지 도로가 연결된다.

      남령재에 서면 거창과 함양 일대의 산들과 멀리 지리산 능선까지 바라볼 수 있다. 거창읍에서 20분. 지곡IC에서 35분. 서상IC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남령재에서 계속 차를 달려 안의 화림삼동의 중심부인 황석산. 거망산. 금원산. 기백산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다. 박영록기자 pyl21c@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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