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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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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지역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

  • 기사입력 : 2007-07-25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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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동교회 김영두 부목사

    지난 주간에 한글학교 어르신들과 컴퓨터교실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처음으로 1박 캠프를 다녀왔다. 처음 있는 일이라서 준비하는 스태프들과 어르신들에게도 낯설지만 설렘의 시간들이었다. 어르신들은 ‘내가 언제 또 여기 오겠노’ 하시면서 밤 늦게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다. 피곤한 줄 모르고 새벽시간까지 이야기하고 노래하시며 너무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밖으로 나오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년에도 또 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어르신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젊은 목회자인 필자에게는 처음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한글학교. 컴퓨터교실뿐만 아니라 지역의 수혜 대상자이신 어르신들을 찾아 뵙고. 섬김의 나눔의 사역들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제일 힘든 부분이 언어 문제였다. 사실은 같은 언어인데 표현을 다르게해서 당황하고 애를 먹는 것이지 알고 보면 그렇게 친근하고 편할 수가 없다.

    한번은 목요일마다 사랑의 도시락을 준비해서 마을 구석구석 찾아가면서 배달을 할 때의 일이었다. 그 마을에 도시락을 받으시는 어르신의 집을 찾아가는데 집 위치를 확실하게 알지 못해서 동네 마을회관에 모여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 수혜자 분의 성함을 말하면서 집을 물어보는데. 도대체 그 분의 성함을 아시는 분이 없는 것이다. 분명히 그 마을에 계시는 분인데 이름을 몰라서 어렴풋이 가계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니까 그제서야 ‘아~! 그 고성댁’이라고 하시면서 길을 안내해 주시는 것이다.

    김장김치 배달을 할 때도. 사랑의 과일나누기를 할 때도. 설 명절을 맞이해서 떡국나누기를 할 때도 어르신들의 이름보다도 무슨무슨댁이라고 하니까 얼른 그 집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어르신들은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일생을 자신을 포기하고 헌신하고 자녀들의 이름으로 어느 동네 출신인가 하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오셨던 것이다. 한편 생각할 때 이 분들의 헌신과 포기와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나라가 있고. 이 만큼 발전하고 복지국가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어르신들의 앞선 세월의 간고가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부모님과 이웃의 어르신들을 잘 섬기고 잊혀진 시간과 그 삶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릴까 고민해야 될 것이다.

    교회는 소외되고 헐벗은 우리의 이웃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이웃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 곁에 계신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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