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금요칼럼] 국가만족도 9%인 나라 / 목진숙 논설주간

  • 기사입력 : 2007-07-27 09:32:00
  •   
  • 한국민들의 국가만족도가 9%에 불과해 세계각국과 비교해 볼 때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비영리 여론조사기관인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의 연구팀이 사흘전 발표한 세계 35개국 국가만족도 조사결과 확인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국가만족도가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바닥일 줄은 몰랐다.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우간다(22%)나 나이지리아(11%) 보다도 낮고, 우크라이나와 불가리아와 같으며,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레바논(6%) 및 팔레스타인(5%)과 함께 한 자릿수의 만족도를 보인다는 것은 한 마디로 국민들이 지금의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중국은 83%에 달하는 국가만족도를 보여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기세로 세계 경제를 견인해 나가면서 국부(國富) 창출을 통한 국력의 탑을 하늘 높이 쌓아가는 중국인 만큼 지극히 당연한 현상라고 믿는다. 말레이시아(75%)와 방글라데시(75%)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슬로바키아·터키 등의 국민들이 비교적 높은 국가만족도를 보인다는 점은 만족도와 국가경제상황이 깊은 상관관계에 놓여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즉, 거론된 나라들의 최근 수년간 국내총생산(GDP)이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음은 이같은 점을 잘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지난 5년간 `경제가 성장한 것 같느냐'란 질문에서 8%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것은 5년전의 20%보다 무려 12%나 감소한 수치이다. 일본·중국·인도·방글라데시·파키스탄·인도네시아 등 여타 아시아권 국민들의 인식은 대체로 자국의 경제가 성장했다고 보고 있는데 반해 한국만 긍정적인 답변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대통령과 장관 등 국가지도자들이 나라 운영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란 질문에 대해 한국민의 24%가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 이스라엘(19%), 폴란드(21%) 보다는 조금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국가지도자들이 나라를 잘못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상당한 근거와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도자들이 합리적인 철학과 신조를 갖고 국민통합을 추진해 왔다면 어찌 이런 응답이 나올 수가 있겠는가.
     
    `다음 세대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보느냐'란 질문에 따른 대답을 보면 `그렇다(42%)'고 생각하는 사람과 `더 나빠질 것(40%)'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수가 비슷하게 나왔다. 현재와 별로 차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16%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국민들은 미래 세대에 대한 긍정적 희망을 확고하게 갖고 있지 못함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중국(86%), 인도(64%)의 국민들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국민의 70%, 미국민의 60%는 다음세대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막연한 불안감이 그 한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청와대는,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나라의 GDP·수출·외환보유고가 크게 증가했으므로 `사상 최고의 정부'라고 자화자찬(自畵自讚)한다지만 과연 그렇게 자족하면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할 때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가 `작은 성과'에 도취해 있을 때 중국은 우리의 몇배를 능가하는 성취를 이뤘음에도 입을 닫고 있다. 더 높고 험준한 세계 최고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진군하는 그들로서는 지금의 실적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리라.
     
    우리 국민들의 국가만족도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음은 한국이 살맛 나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나라 운영에도 국민들은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당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국민 대다수가 지도력에 대해 회의감을 가진다면 그것은 지도자들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온 국민들이 한결같이 바라는 바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다.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들이 잘 사는 세상은 훌륭한 지도자와 현명한 국민이 다함께 이루어 내야 하는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목진숙 논설주간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