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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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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코리안 드림의 작은 빛

  • 기사입력 : 2007-08-29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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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지구촌' `세계는 하나' `글로벌' 등의 이름으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피부에 아주 가까이 와 닿는 변화 한 가지가 바로 이민 현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민의 수는 약 2억 명에 이르며 이제 세계는 서서히 국경 없이 뒤섞이고 있습니다.
    불과 십수 년 사이에 우리나라 이주민의 수도 약 100여만 명에 이르고 국제결혼가정만도 대략 16만 명 정도입니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서 이미 취학중인 아동이 벌써 80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금 농어촌에서는 남자 10명 중 4명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있으며 농어촌지역의 30% 어린이가 국제결혼가정에서 태어나 향후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학자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코리안 드림을 안고 이 땅에 서로 발을 딛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그 증명입니다.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홍익인간을 이념으로 한 단일 백의민족임을 늘 자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여러 지역으로 강제적이거나 반자의半自意에 의해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고국을 떠난 동포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극렬하게 표출되면서 오히려 우리도 이민 수입국으로 변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3D에 해당하는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졌고 더더구나 저임금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그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은 부득이 외국인에게 내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골로는 시집오려고 하는 여성이 없어 노총각들은 외국인 여성에게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현실과 맞물려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다민족화多民族化와 다문화화多文化化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에 적절하게 대처할 준비가 미흡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제결혼가정에서 빚어지는 문제와 외국인노동자들의 증가에 대하여 좀 더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문화가 다르고 관습이 다르며 법은 물론이고 언어소통도 안 되는 곳. 낯설고 물선 이 땅에 부푼 가슴 안고 온 오렌지빛 꿈. 하지만 대부분 그들의 발길 앞은 차갑고 어둠에 휩싸여 있습니다. 어렵게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차렸지만 도무지 적응하지 못하여 나이 많은 한국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때로는 동물적인 학대까지 견디어야 했던 그들은 일부이기는 하나 어쩔 수 없이 인신매매까지 당한 슬픈 눈물을 우리는 가까이에서 보게 됩니다. 하나하나 구구절절 애절한 사연을 가슴 안으로 아프게 접하면서 그들의 무거운 삶에 닥친 절망이 오로지 밝은 희망으로 승화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주여성이 원만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가정을 이탈하여 나와서는 결국 성매매에 이르고 마는 인간의 존엄한 인권이 짓밟힘을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그들의 어두운 비탈길에 작은 빛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존엄한 사람이며 또한 세상은 더불어 잘살 수 있는 곳이기에 작은 빛이 되어야 하는 이 의무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성렬(천주교 마산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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