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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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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세상, 빈곤아동에 관심을 (상) 도내 실태와 후원

  • 기사입력 : 2007-08-29 0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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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만3284명  `꿈나무'가 시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최근 극심한 경제양극화로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부모 이혼 등 가정해체로 `양육 무방비 상태'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미래의 주역, 꿈나무들 상당수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입지도 먹지도 못하는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가진 자는 못 가진 자에 베풂을 다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으로 유명한 `경주 최부자집 베풂 정신'의 공유가 절실한 것이다.


    본지는 `함께하는 세상, 빈곤아동에 관심을' 이라는 주제의 특집기획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자 한다.

    학원 가는 친구보면 부러워
    #1. 마산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초등 4학년 최미향(가명·11세) 어린이는 소녀가장으로 장래 희망이 화가다. 그러나 미술학원은 꿈도 꿀 수가 없다. 부모는 어려운 생계를 견디다 못해 이혼하고 각자의 길로 떠나버렸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학원비(매달 8만원)가 있어야 되지만 17만원 남짓되는 기초생활수급 정부보조금으로는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도 빠듯한 액수다.


    2005년부터 최양에게는 한국복지재단 후원자 도움으로 매월 후원금을 받아 미술학원에 다닐 수 있었으나 그마저도 최근 후원이 끊기면서 몇 개월째 학원을 못다니고 있다. 방과 후 미술가방을 들고 학원으로 뛰어가는 친구들을 보기라도 하면 부러움과 서글픔이 교차하면서 자신이 밉기만 하다.


    #2. 진주에 사는 초등 3학년 김동수(가명·13세) 어린이는 지난 봄 수학여행 기간 동안 텅빈 교실을 자신과 비슷한 형편의 몇몇 친구들과 함께 지켜야만 했다. 알콜의존증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혼자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에게 차마 수학여행을 가겠다고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군은 왜 우리집은 다른 집처럼 잘살지 못할까 늘 짜증스럽다고 한다. 형편이 여의치 않으니 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다. 괜시리 잡념만 많다. 마냥 동심으로 꽉 차 있어야 할 동수의 가슴이 생활고로 찌들려 있는 것이다.


    富의 편중으로 갈수록 늘어
    빈곤아동은 정부 기초생활수급대상 아동을 포함한 저소득 가정의 자녀를 말한다. 최양과 김군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자신의 꿈을 피우지 못하는 빈곤아동은 도내에만 자그마치 2만3284명(2006년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달한다.


    이는 도내 18세 미만 청소년이 80만2837명(2006년 통계청)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2.9% 규모로, 우리 주변 100명의 청소년 중 약 3명이 빈곤에 직면해 있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부의 쏠림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극빈층은 해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어서 정부 차원의 사회안전망 마련과 함께 우리 사회 가진 계층의 관심이 절실하다.


    한국복지재단 등 후원 모금
    빈곤아동의 후원과 결연을 매개해주는 기관은 한국복지재단 경남본부다. 창원시 봉곡동 한마음타워 6층에 위치한 이 기관은 지금까지 빈곤아동과 후원자간 1:1 결연을 주로 해왔으나 내달부터 빈곤아동의 욕구에 적합한 후원상품을 개발, 후원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아해누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발한 후원상품으로는 `혼자 먹는 밥상', `행복한 배움터', `잃어버린 소원', `몸튼튼 마음튼튼', `미래와 희망', `나눔 SOS' 등이 있다. 이 상품들은 1:1 결연에 부담을 느끼는 불특정 다수의 후원자들을 위한 것으로 여러 후원자로부터 모아진 돈을 `상품별 Pool'에 적립, 아동의 욕구별 자립지원금으로 쓰게 된다.


    가령 결식아동 A군에게 한 후원자가 월 5만원을 지정 지원했으나 사정상 후원금을 납부하지 못하게 될 경우 후원상품 `혼자 먹는 밥상 Pool'에서 대신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배익철 한국복지재단 경남본부장은 “우리 주위에는 가난 때문에 밥을 굶는 것은 물론 배움의 열정을 포기한 아이들이 너무 많다”면서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위해서라도 상대적으로 환경이 나은 계층에서 결연이나 후원을 통해 지원해주는 사회적인 동참 확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후원문의 및 신청 한국복지재단 경남지역본부 ☏ 237­9398.


    이상목기자 smlee@knnews.co.kr

    ●베풂 정신 실천 `경주 최부자집'
    경주 최부자는 조선 중기 최치원의 19세손 최국선(1635∼1682)으로부터 28세손인 최준(1884∼1970)에 이르기까지 300여년 10대에 걸쳐 만석의 부를 세습한 경주지역의 이름높은 가문으로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지도층의 사회도덕적 의무) 전형으로 자주 회자된다.

    이 가문은 7가지 가훈을 후손 교육의 지침으로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훈의 내용은 △만석 이상의 재산은 모으지 말라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라 △과객(길손)을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 △최씨 가문 며느리는 시집온 후 3년간 무명옷만 입어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파장(罷場)에 물건 사지 마라 등이다. 경주시 교동(校洞) 중요민속자료 제27호 최부자집 고가옥에는 지금도 많은 탐방객들이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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