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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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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귀국할 때까지 최선 다하자/목진숙(논설주간)

  • 기사입력 : 2007-08-31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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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무장세력들에게 억류된 피랍자들이 지난 28일 석방된다는 소식에 이어 어제 두 차례에 걸쳐 19명 모두 풀려남으로써 42일간 이어졌던 한국인 피랍 사태는 해결됐다. 이제 국민들은 천근만근 가슴을 짓누르던 안타까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이 억류되는 그 순간부터 국민들은 편한 잠을 자지 못하고 언제 석방의 낭보가 날아올 것인지를 애타게 기다려 왔다.

      피랍자들은 억류기간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으리란 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능히 짐작된다. 본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 가족들도 피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냈으니만큼 해후의 날을 조용히 기다리면서 마음을 진정시켜야 할 것이다. 석방 소식을 들으면서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의 죽음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이들의 영혼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할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번 `피랍 사건'이 `인질 석방'으로 해결되면서 각국 언론들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이처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된 데에는 풀려나기를 기원하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소망과 기원의 힘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정부당국이 미국측에게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펼치지 못하도록 설득하면서 탈레반 무장세력들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끈기있게 대처한 노력이 그 빛을 발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사실 성급하게 군사작전을 감행했더라면 인질들의 생명을 온전하게 보장받을 수 없었을 것이며, 어떤 불행이 닥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반(反)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인질범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불문율을 훼손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 19명의 목숨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세계인들도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미 중앙정보국(CIA) 마이클 헤이든 국장이 현지 사정에 밝은 최정예 요원들을 투입해 관련 정보와 협상 아이디어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등 적극 도왔으며, 미 국방정보국도 2명의 요원을 현지에 급파해 최신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었다고 한다. 이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며, 이렇게 해 준 미 정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한 번에 모두 석방하기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으므로 3∼4명씩 순차적으로 석방할 것”이라고 한 탈레반측이, 말한 것과는 달리 신속하게 석방을 단행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들도 이왕 석방할 바에야 빨리 실행하는 것이 낫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선의의 봉사와 선교활동이지만 탈레반 무장세력들의 시각에서 보면 달가운 일이 아니란 점이 입증된 만큼 개신교 단체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위험지역에 대한 해외활동은 일체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경고사항을 무시하고 향후 또다시 무리하게 선교·봉사활동을 펼치다가 스스로 위험을 초래했을 때에는 엄청난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란 점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며, 그것으로 인해 초래되는 불상사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측이 져야 할 것임을 지적해 둔다.

      미 국무부도 대변인을 통해 `인질 석방'을 환영하는 등 국제사회 모두가 반기는 분위기다. 석방된 사람들은 곧 귀국길에 오를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길까봐 노심초사(勞心焦思)한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과 감사의 뜻을 표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정부도 우리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대해서는 `위험 지역'임을 사전에 충분히 알려야 할 것이며, 그럼에도 그곳으로 가려할 경우 출국자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일반 국민들도 여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는 절대로 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이번 인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거액의 몸값을 지불했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정부도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며, 총력을 쏟았다. 더이상 국가와 국민들에게 부담과 걱정을 끼치는 일이 재발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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