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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경제'하려는 의지 /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7-09-07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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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가 정치를 이끄는 시대란 말이 실감이 난다. 대선가도에 나선 주자들이 ‘경제’를 달고 다닌다. 입만 벙긋했다하면 자신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임을 내세운다. 앞다퉈 내놓은 공약의 핵심어도 하나같이 ‘경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년부터 대한민국의 경제는 탄탄대로에 들어설 것 같다. 일자리 공약만 보더라도 청년실업은 일거에 해소되고 고령자들의 일자리 걱정은 먼나라 얘기가 된다.

    여론조사상 수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앞으로 10년간 ‘7% 성장’.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위 경제대국’에 들어선다는 이른바 ‘7.4.7 구상’으로 매년 6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단다. 5년동안 300만개다. 그제 컷 오프를 통과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주자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손학규 후보는 매년 50만개. 5년간 2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사회. 실업 걱정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정동영 후보는 이른바 ‘중산층 복원을 위한 서민투자 119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정년을 70세로 늘리는 등 5년간 250만개 창출이라는 목표를 꺼내들었다. 이해찬 후보는 성장우선주의 정책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보건의료. 공공안전. 교육·보육 분야를 중심으로 5년간 ‘질좋은’ 일자리 200만개를 목표치로 잡았다. 유시민 후보는 대한민국을 아예 개조해 240만개를. 한명숙 후보도 50만개 여성일자리. 30만개 노인 일자리 창출 등을 약속했다.

    이들 후보들의 ‘경제’ 화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다소간 차이는 있더라도 기업을 위하고 세금도 줄여주겠다고 공언한다.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기름값. 자영업자 가맹점 수수료. 이동전화요금. 약값까지 신경을 쓴다. 사람중심의 따뜻한 경제란 말도 나온다. 한마디로 내년엔 대한민국 국민들이 살판 났다. 그동안 무얼하다 이제야 나왔는지. 진작에 나오지 않은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경제엔 기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정치엔 혁명이 있지만 경제엔 혁명이 없다는 얘기다. 정치에 있어서는 어느 시점을 계기로 종전의 것을 청산하고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경제는 출중한 인물이 나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뀔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경제에 있어서의 변화는 조금씩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아무리 문제가 심각하다 하더라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고. 오히려 문제가 심각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경과하듯이 그것을 치료하는 데에도 많은 시일이 걸리는 것이다.

    경제는 마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과 같다. 역사가 쉴 새 없이 흘러가듯이 경제도 쉬지 않고 흘러간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고여서 썩고 마는 것처럼 이러한 흐름이 멈출 경우 경제도 발전이 정체되고 만다.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는 그리 나쁜 것이 아니다. 외환위기로 경제가 ‘갱제’로 된 시절이 있었지만 당시의 학습효과로 외환보유고는 넘쳐난다. 기업들의 부채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다만 큰 문제는 경제주체들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작금의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성장률이나 일자리 수를 놓고 벌이는 숫자 놀음이 아니라 무엇보다 경제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를 되살리는 것이다. 경제하려는 의지는 각 개인이 물질적인 부를 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부문에서 낡고 비효율적인 생활 관습을 개선하려는 적극성.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려는 욕구. 그리고 소비를 절약하려는 의지를 총칭한다(미국 경제학자 루이스). 이를 북돋워 주고 지속시키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대선 주자들이 참고할 일이다.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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