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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추억여행…'연재 끝낸 양해광씨

  • 기사입력 : 2007-09-18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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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바랜 흑백사진들 빛본 게 보람"

    빛바랜 한 장의 흑백 사진이 저만치 잊혀진 고향과 부모에 대한 추억을 이끌어내며 본지에 연재됐던 ‘추억여행…그때 그시절’이 지난 3일 100회로써 마쳤다.
    지난 2005년 7월16일부터 본지에 인기리에 연재됐던 ‘추억여행…’이 시작된 지 꼭 2년1개월16일 만이다.
    추억여행을 2년여간 집필한 양해광 향토자료연구가(창원시 대산면 부면장)를 그의 집 자료실에서 만났다.

    수십만장의 사진뿐만 아니라 60년대 금성 라디오에서 재봉틀. 책가방. 60년대 교과서. 잡지. 옛 가수들의 원곡 음반(LP판) 등 발디딜 틈 없는 자료실은 그야말로 향토 사료관이라 해도 좋을 듯했다.
    올림푸스. 야시카. 캐논. 니콘 등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는 여러 대의 카메라와 흑백 사진 현상기와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30여년간 지역의 풍물과 자연. 인물 등을 고스란히 담아둔 사진과 필름 보관함이었다.

    대형급 태풍인 ‘나리’가 남해안에 상륙할 것이란 기상 예보를 접하고 만난 15일은 지난 69년 9월14일 창원지역 집중호우가 온 날과 시기적으로 같아 그 당시가 자연스럽게 얘기의 시작이 됐다.
    “주남저수지가 생기고 처음으로 제방이 붕괴됐지요” 양 부면장은 “추수를 하기 직전에 닥친 태풍과 주남저수지의 붕괴는 이 일대 대산들녘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었고. 특히 용강리 구룡산 산사태로 마을주민 63명이 목숨을 잃기도 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수재 현장을 직접 시찰했다”고 말했다.
    “산사태 사진은 카메라를 사고 최초의 완벽한 작품이었습니다.”
    “대산면민들이 그당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정부 구호물자인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였다”며 “입에서 풀냄새가 났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물론 주남저수지 붕괴 사진과 이로 인한 수재민들의 고단한 일상이 고스란히 사진에 들어있다.
    “군인들이 총 들고 하도 삼엄하게 경비를 하고 있어 박정희 대통령 사진은 찍지 못했다”고 했다.


    사진과 인연을 맺은 것은 제대하고 잠시 집에서 놀 때다.
    월남 갔다가 돌아온 이웃 형이 야시카를 가져왔는데 너무 갖고 싶어 부모 몰래 벼를 팔아 야시카 카메라를 산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일요일만 되면 카메라 들고 산으로 들로 돌아다녔죠.” “공무원이 되고나서는 월급 받아 필름 사고 현상하면 돈이 모자랐어요.”
    “어머니께 손을 벌리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이 기록들이 있게 해준 분은 바로 어머니라고 말했다.

    30여년간 찍은 사진이 무려 30만여장. 특이한 점은 사실의 왜곡 없이 모두 표준렌즈로 찍어 순수하게 기록사진으로 남아있다.
    ‘추억여행…’을 끝내면서 아쉬움과 보람을 동시에 느꼈다. “다양한 테마를 체계적으로 연재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그러나 “신문에 난 사진 보고 ‘우리 어머니 사진이다’거나 ‘잊고 있던 추억을 다시 생각나게 해줘 고맙다’는 전화를 받을 때면 너무 기뻤고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정년퇴직인데 이 자료들을 모두 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창원시는 이 사진들을 체계적으로 데이터 베이스화해 시민들에게 서비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상도 여러 차례 했다. 지난 5월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방재의 날 기념식에서 제1회 자연재난 사진 및 영상물 공모전 대통령상을 받았다. 1969년 9월14일 물난리가 났을 당시 주남저수지의 제방이 터져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진(아래 왼쪽 사진)을 출품했다. 이 밖에도 양 부면장은 사진공모전에서 농촌진흥청 최우수상(79년도)  18회(1980년 5월) 진해군항제 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용대기자 jiji@knnews.co.kr

    [사진설명]  왼쪽사진- 1969년 9월14일 영남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붕괴된 창원 주남저수지. 집잃은 돼지들이 저수지 둑에 묶여 있는 것이 안쓰럽다. 오른쪽사진- 1970년대 제례용 돗자리와 소쿠리, 키 등을 이고 지고 활짝핀 코스모스길을 따라 이마을 저마을로 다니던 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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