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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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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껌과 흉터

  • 기사입력 : 2007-1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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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는 석기시대부터 껌을 씹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에는 9000년 전 인간이 씹다 뱉은 것으로 보이는 나무수지(樹脂)가 발견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와 마야에서도 수지나 수액(樹液)을 끓여 만든 껌을 씹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껌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수지와 비슷한 구조의 천연 또는 합성수지의 껌베이스와 이를 부드럽게 해주는 연화제 그리고 당분, 향초, 색소로 구성된다. 껌베이스는 사람이 씹을 수 있도록 끈적거리는 성질은 갖고 있다. 이것을 도로에 뱉으면 껌딱지를 만들게 된다.

    영국 브리스틀대의 코스그로브 교수는 껌베이스에 고분자물질을 첨가해 바닥에 달라붙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시간이 더 많이 지나면 아예 분해되는 껌을 개발하여 뱉으면 물에 녹거나 고체로 변하는 껌을 개발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세계 최대의 껌제조업체인 리글리(WRIGLEY)사는 1999년 실리콘으로 만든 껌베이스와 폴리비닐 아세테이트(polyvinyl acetate)란 물질을 이용해 들러붙지 않는 껌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롯데제과가 치아에 잘 달라붙지 않는 자일리톨껌을 개발한 바 있다.

    껌과의 전쟁을 위해 첨단과학이 나섰으나 아직은 지구상에 영구적인 제거방법은 미흡한 상태이다. 일단 들러붙은 껌을 제거해야만 한다. 외국의 예를 들어보면 1990년대 말 영국 정부는 거리에서 껌딱지를 없애는데 한해 1억5000만파운드를 쓴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중국에선 춘절(구정)연휴 1주일 동안 천안문 광장에 60만개의 껌딱지가 생기며 제거 비용만 우리돈으로 1억원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각국에서 금연정책이 확대되면서 껌소비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아일랜드에서는 금연정책 이후 껌소비가 30%나 늘었다고 한다. 껌딱지 제거가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소비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무엇이든, 어떤 경로로 해결하든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어 보인다. 날이 갈수록 껌딱지가 늘어난다. 도로와 인도는 얼굴이다. 얼굴에 검은 딱지가 검게 붙어 있는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국민이라고 자랑하고 외국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까. 길을 걷다가 씹고 바로 버린 껌을 밟기라도 하면 신발창 밑에 달라붙어 접착제처럼 찐득거리고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다. 너무도 가볍게 넘기는 일이지만 껌을 씹고 나서 종이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것이다. 윤한신(전 마창진 합천 가회 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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