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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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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인터뷰] 천주교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할 것입니다”
성탄은 예수가 찾아온 사랑의 축제

  • 기사입력 : 2007-12-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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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의 정신은 죄마저도 사하여 주는 깊고 넓은 사랑에 있다 할 것이다. 올해는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정치세력 간 혹은 국민 상호 간 불신·반목이 극에 달했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이제 성탄절을 맞아 화해와 포용, 사랑의 그리스도 정신으로 국민통합과 국운융성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천주교 마산교구 안명옥 교구장으로부터 성탄절의 의미 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먼저 성탄절의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성탄절은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예수님께서 아기의 모습으로 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다는 사건을 기념하는 축제입니다. 하느님이 자신의 존재를 고집하지 않으시고 인간의 모습을 취하시는, 참으로 겸손한 축제입니다. 하느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시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탄은 사랑의 축제입니다.

    사랑은 불가능을 넘어서는 힘입니다. 사랑은 근원적으로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너를 위한 삶을 살도록 우리를 부추깁니다. 하느님께서 몸소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아기의 모습을 취하시는 이유는 우리 역시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이웃을 먼저 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명령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할 것입니다. 사랑만이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가 강조되고 무한경쟁이 심화되면서, 인간성 상실이 염려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우리는 인간성의 상실이 염려되는 현실이 아니라, 실제로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성의 상실을 부추기는 것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또는 무한 경쟁의 심화도 한 몫을 담당할 것입니다. 인간성의 상실은 결과적으로 인간의 동물화를 초래합니다. 인간 본래의 모습은 참으로 존엄하였으나 이제 그 존엄함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곳곳에 인간성 상실의 현상을 체험합니다.

    그러므로 인간성의 상실을 회복하는 길은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금 회복하는 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 안에 새겨져 있는 하느님의 흔적을 읽어 낼 때 비로소 현실로 드러납니다. 아울러 인간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인간은 너와 더불어 함께 공존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참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인간이 아닙니다. 여럿이 함께 공존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따라서 인간은 서로 상생하고 공존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상생과 공존은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을 전제합니다. 인간은 언제나 너와 함께 살아가야할 운명을 타고났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너를 경쟁의 상대자로 여기면 너는 적으로 등장할 것이고, 적은 무찔러 넘어뜨려야 할 대상이지 결코 사랑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만이 인간의 공존과 상생을 가능하게 합니다. 나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너를 구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마음이 인간의 공존과 상생을 가능케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저마다 자기만 옳고 정적(政敵)에 대해서는 마구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에 대한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정치에는 문외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부의 말씀을 드릴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의 정치 현실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고, 어떤 기대감 정도는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정치에는 선의의 경쟁자는 있을 수 있으나 정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이념과 가치관을 달리 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오늘의 여당은 내일의 야당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고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복리를 위해 여당과 야당이 오순도순 일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오늘의 정치 현실은 목표를 이루어 내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제대로 구사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목표가 고상하다 할지라도 그 목표를 이루는 방법과 수단마저도 정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자세마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정치혐오와 무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인 각자의 이익보다는 국가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아울러 정치인들이 대국민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소속 정당을 여러 가지 이유로 탈당하고, 그 탈당을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변명하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됩니다. 철새 정치인의 모습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참일꾼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마산교구 설정 40주년이 지났습니다. 그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40주년의 의미를 헤아리기 위해서는 성경에 등장하는 40이라는 숫자가 지닌 의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삶의 전환점을 이루는 시간을 상징합니다. 4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이루는 것이 정작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참으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가 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신앙인으로서의 자세 그리고 가치관을 확고하게 갖추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의 인격과 인품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조그마한 행복마저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희생의 대가임을 관대한 마음으로 인정할 준비가 되어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살아온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신앙의 실천으로 구체화시키는 노력 등이 40주년 기념을 통해 우리가 새기고 싶은 의미입니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다가올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이상목기자 sm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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