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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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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금원산휴양림 ‘얼음나라·얼음조각축제’

얼음썰매 타고 얼음동굴 갔다오니 하루해가 금방

  • 기사입력 : 2008-0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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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설명]  거창 금원산휴양림에서 열리고 있는‘얼음나라·얼음조각 축제’ 관광객들이 얼음동굴을 체험하고 있다./이준희기자/

    한겨울 매서운 찬바람에 볼이 빨개지도록 썰매를 지치며 빙판 위를 미끄러지고 넘어지던 어릴 적 옛 추억은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손발이 꽁꽁 얼어도 추운 줄 모르고 하루 종일 썰매를 타다 엄마에게 혼나던 기억들…. 꽁꽁 언 몸을 녹이려 모닥불을 피워놓고 발을 녹이다 양말을 태워 집에서 쫓겨난 일들…. 형 몰래 썰매를 훔쳐 타다 들통 나 형에게 혼나던 추억들….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모닥불에 고구마 구워 먹으며 입가에 시커먼 그을음이 묻어도 그냥 좋기만 했던 어린 시절….

    어릴 적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거창 금원산휴양림에서 겨울 얼음나라 축제를 즐겨보자. 거창 금원산자연휴양림이 지난해 12월 22일부터 내달 24일까지 2개월간 겨울 테마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얼음나라 얼음조각작품 축제’ 현장을 찾았다.     


    [사진설명]  한 어린이가 얼음 미끄럼틀을 타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우와 얼음동굴이다, 얼음성도 있네….” 얼음으로 지어진 얼음성과 얼음동굴, 얼음눈꽃을 처음 본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진다.

    아이들이 아빠·엄마의 손을 이끌고 휴양림 주차장 한편에 마련된 대형 얼음스케이트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이들은 나무로 된 얼음썰매가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펴보다 아빠에게 얼음썰매 타는 법을 빨리 가르쳐 달라며 졸라댄다.

    아빠는 뾰족한 못이 박힌 나무를 이용해 얼음썰매를 지치는 법을 설명한 후 직접 시범을 보이지만 오랜만에 타보는 얼음썰매에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이런 아빠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운지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웃어댄다.

    아이들은 처음 타 보는 얼음썰매가 서툴렀지만 금세 빙판을 휘젓고 다닌다. 어른들도 어릴 적 논에서 비료포대로 얼음썰매를 타던 옛추억을 되살리며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지만 몸이 예전같지 않다.

    매끄러운 얼음판 위에서 즐기는 얼음썰매는 눈썰매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매서운 겨울 찬바람에 얼굴과 콧등이 금세 시퍼렇게 변하고 손발이 꽁꽁 얼었지만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겨울 찬바람을 가른다.

    얼음스케이트장 한편의 군고구마 익는 냄새는 허기진 아이들의 코를 자극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랗게 잘 익은 군고구마는 아이들의 허기진 배와 꽁꽁 언 몸을 녹이는데 안성맞춤이다.

    얼음스케이트장에서 관리사무실 방향으로 200여m 오르면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얼음동굴’이 손님을 반긴다. 나들이객들은 처음 본 얼음동굴이 신기한 듯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잠시 후 20여m에 이르는 얼음동굴 속으로 들어간 어른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고드름에 머리를 부딪힌 것이다.

    얼음나라축제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 중의 하나인 ‘얼음 미끄럼틀’. 눈썰매를 이용해 20여m에 이르는 얼음미끄럼틀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그칠 줄 모른다.

    처음엔 타기를 두려워하던 아이들도 이내 신이 난 듯 미끄러져 내리며 환호성을 지른다.

    바로 옆에 마련된 얼음으로 지어진 ‘얼음성’과 산등성이에 핀 ‘얼음눈꽃’은 나들이객들에게 또 다른 눈요깃거리다.

    다른 한편에서는 ‘1박2일 투어형 체험행사’에 참가한 나들이객들이 숲해설사와 함께 금원산 중턱에 자리잡은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 등을 탐방한 후 돌아온다.

    이들은 얼음스케이트장과 얼음동굴, 얼음미끄럼틀을 체험한 후 인근에 위치한 사기막골(대표 방극진)에서 찰흙공예 프로그램을 즐긴 뒤 자연휴양림 내 복합산막에서 하루를 묵은 후 뒷날 인근 위천면 황산리 황산마을 딸기농가에서 딸기따기(1인당 500g) 체험행사를 가졌다.

    딸기따기 체험행사에 참가한 한 나들이객이 온실에서 탐스럽게 자란 빨간 딸기 하나를 집더니 얼른 입안에 집어 넣는다. 숲해설사 표선자씨는 “거창딸기는 당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하며 입에 넣으면 살살 녹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며 은근히 자랑한다.

    합천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민모(36·여)씨는 “평소 체험하지 못했던 얼음동굴과 얼음스케이트, 얼음눈꽃을 보니 너무 아름답고 좋았다”며 “가격도 저렴한데다 고구마 구워먹기, 딸기따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 내년에도 꼭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 아이들과 함께 얼음스케이트를 즐기며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 근처 가볼 만한 곳

    ▲금원산=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에 위치한 도립공원 금원산은 자연휴양림으로 유명해 여름철이면 전국에서 몰려온 휴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휴양림 내 선녀담이 있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배나무징이에서 좌측 성인골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자운폭포, 유안청폭포, 무명폭포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며 우거진 송림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우측 지재미골을 따라가면 참나무와 소나무의 극상람을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단일암으로 가장 큰 문바위와 불교유적인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이 토속적인 모습으로 천연 동굴 속에 양각돼 있다.

    금원산은 본디 ‘검은 산’으로 이 산은 일암(一岩), 일봉(一峰), 일곡(一谷)이 모두 전설이 서려 있는 곳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문바위= 지재미골에 있는 큰 바위로 우리나라에서 단일 바위로서는 가장 큰 바위로 옛 가섭사 일주문 역할을 해 ‘용의 여의주’, 기도처로 영험하다 해 ‘기도암’, ‘호신암’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고려말 참판을 지낸 이원달 선생이 국호가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뀔 무렵 나라 잃은 한을 품고 불사이군을 주장하며 숨어 살아서 두문암이라 부르기도 했다.

    또한 부인의 성이 김씨이며 선생의 호가 달암이기에 금달암, 김달암으로 불리기도 했다.

    ▲가섭사지 마애삼존불= 보물 제530호로 지정된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은 고려 예종 6년(1111년)에 부조된 것으로 토속적인 느낌이 강하고 암벽에 念亡母라는 글이 새겨진 고려 초기 작품이다.

    예종이 어머니의 극락세계를 바라며 부조한 이 삼존불의 본존불은 높이가 3m가 넘고 두 협시보살상은 2m에 이른다. 본존불의 광배는 보주형이며 두 보살상은 원형의 광배를 가지고 있다.

    삼존불 위에 홈을 깊게 파 빗물을 흘려 보내는 방식으로 삼존불을 보호하고 있는데, 천연의 동굴 속에서 토속적인 모습으로 가섭사를 지켰던 삼존불은 온화한 미소를 가지고 있다.

    ▲유안청폭포= 유안청 폭포는 3층 폭을 이루는 길이 190m에 이르는 와폭 직폭을 이루고 있으며 “이곳이 무릉도원이구나”라고 감탄할 정도로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옛 유생들이 지방 향시를 보기 위해 공부하던 유안청에 자리해 유안청폭포라 불려졌다 하며 지금도 유안청계곡 주변에는 당시의 모습을 말해 주듯 기와조각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유안청폭포는 여름철에도 발을 오래 담글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차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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