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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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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봄이 왔어요!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
눈엔 꽃 향기, 가슴엔 사람 향기…

  • 기사입력 : 2008-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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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린 전남 구례군 산동면 현천마을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김승권기자/

    봄의 전령인 매화가 섬진강 변을 하얗게 뒤덮자 이를 질투하듯 샛노란 산수유꽃은 지리산 골짝을 노랗게 물들인다.

    산과 들, 계곡과 돌담 사이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노란 산수유꽃은 우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해 봄나들이 채비를 서두르게 한다.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노란 산수유꽃이 물결을 이루는 구례, 유서 깊은 고찰 화엄사와 지리산 3대봉의 하나인 노고단으로 유명한 구례의 3월은 이렇듯 봄꽃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국내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인 전남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산수유마을’.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봄소식을 전하는 산수유 꽃이 산동을 온통 노랗게 물들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산동면 일대의 산수유꽃은 보통 3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해 4월 초까지 피고지며 만개 시기는 기후에 따라 매년 차이가 있지만 보통 3월 20일 무렵이면 절정을 이룬다.

    산수유 꽃잎의 길이는 4~5mm 정도로 매우 작지만 3월 따스한 봄볕에 일제히 꽃망울을 틔우면 노란 구름이 살며시 내려앉은 듯 화사하다.

    ‘산동’이란 지명은 약 1000년 전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시집올 때 산수유 나무를 가져와 심었다고 해 붙여졌다고 전한다. 한자로 쓰면 구례 산동은 산에 있는 동네로 의미는 달라지지만 두 산동 모두 산수유의 주산지라는 점에서 전혀 신빙성이 없는 말은 아닌 듯싶다.

    구례는 전국 산수유 나무의 67%가 뿌리를 내린 전국 최대의 산수유 단지로 이 중에서도 산동면 내 34개 마을에 3만여 그루가 심겨져 50%가 넘는 산수유 나무가 자라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화려한 산수유 꽃밭. 그중에서도 산수유가 가장 많은 곳은 만복대 기슭에 위치한 상위마을.

    상위마을 산수유가 노오란 꽃을 활짝 피우면 묘봉골은 맑게 흐르는 계곡물과 어우러져 관광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특히 상위마을 산수유 열매는 국내 생산량의 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수확량이 많아 예부터 ‘산수유 나무 세 그루만 있어도 자식을 대학에 보낸다’고 말할 정도로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가을에 수확한 산수유 열매는 과육과 씨앗을 분리해 과육은 술과 차, 한약재로 쓰인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진 과육을 달여 먹으면 신장, 당뇨, 고혈압, 부인병 등 성인병의 면역기능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두통, 이명, 야뇨증 등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마을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월하정’에서 바라본 상·하위 월리마을은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그 풍광이 아름답다.

    해마다 산수유가 활짝 필 무렵이면 상위마을을 찾는다는 심화영(49·서울 강남)씨는 “처음 산수유 마을을 찾았을 때는 계곡물에 비친 노란 산수유꽃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며 “외국의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산수유 마을의 풍광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해가 갈수록 흙길이 시멘트 길로 변하고 정겨운 돌담길이 사라지는 등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길이 산수유 마을의 운치와 황홀함을 앗아가고 있어 아쉽다”고 말한다.

    상·하위마을의 산수유 꽃밭을 둘러본 우리 일행은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현천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47가구 100여명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통적인 농촌마을인 이곳은 고향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넉넉한 시골 인심이 절로 우러나는 것 같이 푸근하다.

    마을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 언덕에 오르자 황색지붕 파란지붕, 녹슨 철지붕이 노랗게 물든 산수유꽃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한편 구례군과 구례산수유꽃축제위원회는 산동면 일원에서 20~23일까지 ‘영원불변의 사랑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제10회 산수유꽃 축제를 연다.

    축제 첫날인 20일에는 산수유 시목지에서 한 해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풍년 기원제를 시작으로 산수유 사랑 떡 나눔행사, 산수유 꽃 축제 열린무대, 김덕수 사물놀이 공연, 산수유 한지공예, 산수유 보약달이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또한 행사장 주변에는 산수유 막걸리에 산채전, 도토리묵, 버섯전골 산채정식, 흑염소구이 등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당기는 구례향토음식 별미전이 마련된다.

    산동 산수유 군락을 돌아 나오는 길에 찾은 ‘구례 5일장(3·8장날)’은 일행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예년에 비해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이곳에 오면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다.

    구례 5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 인근 토지면, 간전면, 산동면 등 7개 면 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소며 이웃사촌의 정을 나누는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깎아 주고 덤으로 퍼주는 훈훈한 정이 넘치는 시골 5일장.

    어성초, 결명자, 산수유, 삼백초, 까마중 등 각종 약초를 파는 아주머니, 쑥 냉이 등 봄나물을 캐 시장에 내다 파는 할머니….

    농번기를 앞두고 호미, 괭이, 쇠스랑, 낫 등을 만드는 대장간에서는 연신 벌겋게 달아오른 쇠를 담금질하는 쇠망치 소리로 요란하다.

    2대째 대장간을 운영하는 박경종(34)씨. 43년간 대장간에서 쇠질을 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13년째 망치질을 하고 있는 그는 “어릴 적 어깨너머로 배운 망치질이 평생 직업이 됐다”며 “요즘은 자재값이 많이 올라 대장간을 운영하기가 예전같지 않다”며 허탈해 한다.

    섬진강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갈 무렵 구례장 여기저기서 하루를 마감하는 장사꾼들의 ‘떨이~’ 외침이 일행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글=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내려 19번 국도를 따라 남원·구례 방향으로 가다 보면 지리산온천관광단지와 함께 노란 산수유꽃이 반긴다. ☏061-782-2014

     

    ▲먹거리

    △지리산 산채= 송이와 표고, 고사리, 더덕 등 지리산 자락에서 생산된 산채들은 그 하나하나가 지리산의 맛을 대변한다.

    깊은 산 맑은 물에서 자란 송이와 표고 등 버섯류와 고사리, 더덕, 취, 도라지 등 나물은 이 마을을 찾는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돋운다. 예부터 더덕은 사삼이라 하여 산간지방이나 사찰의 토속식품, 약용, 궁중 진상품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고기 맛과도 안 바꾼다는 표고버섯 맛도 일품이다. 지리산 산채류는 3일과 8일 열리는 구례 장날에 많이 나와 다양한 종류의 산채류를 싼 가격에 풍족하게 살 수 있다.


    △버섯 비빔밥
    = 지리산 자락의 오염되지 않은 산과 들에서 자란 갖가지 산나물에는 특유의 맛과 향, 효능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 향과 효능을 한 그릇에 담은 산채비빔밥. 조물조물 주무르고 살짝살짝 털며 특유의 질감과 향을 살려 무친 산나물, 들나물을 고슬고슬한 밥에 얹고 고추장을 듬뿍 넣어 비빈 산채비빔밥은 풋풋하고 아삭하며 쫄깃한 질감, 구수하고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이 어우러져 특유한 향들 속에 자연의 맛이 담겨져 많은 관광객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사찰음식=
    산채, 들채, 나무뿌리, 나무열매, 나무껍질, 해초류, 곡류만으로 음식을 만들어 맛과 향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도록 했으며 기본적으로 고기와 오신채(파, 마늘, 부추, 달래, 홍거)를 사용하지 않는다.

    구례 화엄사의 상수리 잎쌈밥, 죽순채볶음, 아카시아꽃 튀김, 참죽부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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