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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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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만난 도다리' 봄기운 쑥쑥쑥

  • 기사입력 : 2008-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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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봄바람에 남도의 맛도 기지개를 켠다.

    봄을 알리는 맛, 그 첫 주자는 단연 ‘도다리 쑥국’이다.

    남해안의 봄은 해안가 식당에 ‘도다리 쑥국’ 메뉴판이 내걸리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언 땅이 녹기도 전부터 남해안 식당가에는 “도다리 쑥국을 시작했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도다리 쑥국을 먹기 위해 봄을 기다렸다”는 식도락가들의 엄살에 그 맛의 정체를 찾아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봄이면, 천지에 나는 것이 쑥이고, 대표 생선이 도다리인데 사람들은 왜 유독 남해안에서 ‘도다리 쑥국’을 찾는 것일까. 해풍을 견디며 고개를 내민 해쑥과 통통하게 살이 오른 남해안 도다리가 그 비결일 터.

    ‘도다리 쑥국을 먹어야 봄을 난다’는 옛말을 핑계삼아, 고즈넉한 봄바다를 품고 있는 고성으로 향했다. 푸른 봄빛을 머금은 바닷길을 따라 도착한 고성읍의 한 작은 횟집 ‘장원식당’.

    오래된 듯한 외채, 유리문에 적힌 메뉴목록의 가장 아래에 ‘도다리 쑥국’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주문을 받은 주인장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요리를 시작한다. 가게 한쪽 수족관에 배를 붙이고 모여 있는 도다리 무리 속에서,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두어 놈을 건져낸다.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발라내고, 흐르는 물에 도다리를 빠득빠득 씻어낸다.

    소문난 집이라는데, 무슨 비법이 있지 않을까. 호기심에 주방을 기웃거려 보지만, 국을 끓이는 과정은 단순하다.

    냄비에 물과 납작하게 썬 무를 몇 조각 넣고 끓인다. 물이 팔팔 끓으면 다듬은 도다리 한 마리와 파, 마늘, 풋고추를 넣는다. 올라오는 거품을 걷어내며 도다리가 익고, 살이 하얗게 익어 갈쯤 손으로 쑥을 뜯어 넣는다.

    별다른 육수도, 양념도 없다.

    “맑은 물에 생선이 가진 제맛을 우려낸 것이, 가장 맛있고 신선한 육수”라는 게 주인장의 말이다.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내어온 ‘도다리 쑥국’과 마주하니, 가장 먼저 강렬한 쑥향이 코를 자극한다.

    푸른빛이 감도는 투명한 국물 속 하얀 속살의 도다리가 입맛을 돋운다. 살을 한 점 떼어 입에 넣는다.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고 부드럽다. 국물을 떠 먹으니 신선한 바다향과 쑥향이 뒤섞인 ‘봄 향’에 취한다. 국물의 얼큰한 뒷심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증명한다.

    싱싱하고, 향긋하고, 담백하다. 비법을 물으니, 요리는 주문받은 즉석에서 산 도다리를 이용하고, 들에서 직접 캔 해풍 맞은 해쑥을 사용한다는 정도다. 덧붙여 봄철 한달간 도다리 쑥국을 연이어 먹으면 따로 보약이 필요없다는 자랑도 덧붙인다.

    가게를 나서면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 봄이 지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일까.

    도다리 쑥국을 맛볼 수 있는 시기는 4월 초까지다.

    올 봄이 가기 전에, ‘도다리 쑥국’ 한 그릇으로 뱃속에 봄을 채워 보자. 도다리 쑥국의 유명세로 즐거운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통영, 거제, 마산, 고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남해안 식당가 어디서든 도다리 쑥국을 맛볼 수 있다. 전문식당은 없어도 취급 안하는 식당 또한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드는 방법과 맛 또한 천차만별이니, 미리 발품과 손품, 귀동냥을 통해 입맛에 맞는 곳을 체크해보는 센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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