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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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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사랑니

“자신 이롭고 남도 이로운 ‘自利利他’의 道 실천해야”

  • 기사입력 : 2008-03-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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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 며칠 오른쪽 어금니와 사랑니 쪽이 부어 오르고 시큰거렸다.

    식사 중에 이가 아프다고 얘기하니, 모두들 바로 치과에 가 보라고 한다. 오후에 마산교당에서 소개해 준 치과에 가서 사랑니를 빼고, 어금니 신경 치료도 했다.

    교당에 와서 빼낸 사랑니에 대해 생각해 보니 서운한 감정이 인다. 정신이 없어서 빼낸 사랑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도 못하고 나온 것이 아쉽기도 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사랑니를 ‘지치(智齒)라고도 하며, 사춘기에 나기 시작하므로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두산백과사전-

    짐작컨대 사랑니가 나는 시기가 인생의 지혜를 자각하는 때라 지치라 이름했거나, 사랑에 눈뜨는 시기에 나는 이라 사랑니라고 하는 것 같다.

    다양한 감정과 욕구가 혼재된 사춘기에 나는 사랑니인 만큼 그 존재의 의미 또한 혼란스럽다. 아직까지 사랑니의 기능적 유용성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듯싶다. 빼는 것이 좋다기도 하고, 놔두는 것이 좋다기도 하고 의견이 분분하다.

    겪어 보니 일반적인 치과적 사랑니 처치법은 이러한 것 같다. 사랑니 때문에 치과에 가면 보통 충치나 치은염 예방 차원에서 빼자고 하는데, 검사 후 자리잡은 사랑니의 방향이나 뿌리의 모양에 따라 빼내는 것이 용이치 않다면 그대로 둔다. 그러나 사랑니라는 게 치아 관리가 쉽지 않은지라 썩기 마련이고, 통증이 시작되면 그 땐 뽑는 수밖에 없다. 사랑니 자체의 염증도 문제지만 보통 인접한 치아까지 썩게 하기 때문에 옆 이의 충치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모든 것은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령한 인간의 몸에서 단단히 자리 잡고 있던 그 뭉치가 아무 이유 없이 생기진 않았으리라. 그래서 난 되도록이면 사랑니를 뽑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내 사랑니의 경우도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옆으로 누워 자란 데다가 옆 어금니와의 틈새에 음식물이 끼어도 칫솔질이 쉽지 않게 자리를 잡아 버렸고, 결국 옆 이와 함께 썩게 된 것이다.

    세상 만물의 이치가 그럴 것이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다해야 되는데, 아쉽게도 나의 제거된 사랑니는 그렇지 못했다. 제거된 사랑니에 대해 연민이 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옆 동지도 함께 썩게 만들며 자해타해(自害他害)하니 떠나 보낼 수밖에. 아무리 내 권속이지만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도(道)를 실천 못하면 별 수 없는 일이다.

    떠나가는 사랑니가 나에게 얘기한다. “주인님, 저를 잊지 마세요. 주인님도 자리이타 꼭 실천하세요. 주인님 자리 바로 찾아서, 주인님이 해야 할 일 성실히 하셔서 뽑히지 않고 끝까지 쓰이시길 바라요.”

    원불교경남교구 사무국 이광익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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