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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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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최참판댁·칠불사

보리밭 스친 바람, 山寺의 풍경 울리고…

  • 기사입력 : 2008-04-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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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녘에 바람이 불자 이삭이 패기 시작한 보리들이 일렁거리며 초록빛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준희기자/


    봄햇살의 싱그러움이 짙어가는 4월의 들녘은 온통 초록빛 바다다.

    마치 들녘 전체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초록빛 물결로 일렁이는 보리밭.

    살~랑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무릎까지 자란 보리는 수줍게 몸을 떨며 지나가는 길손의 발을 멈추게 한다.

    화사한 봄햇살에 시리게 눈부신 날. 사랑하는 가족·연인과 함께 보리밭 길을 거닐어 보면 어떨까?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하동 들녘의 보리밭은 그야말로 거친 파도에 일렁이는 초록의 바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악양면 평사리 들녘의 보리밭이 요즘 장관을 이루고 있다.

    봄바람이 쉬 불 양이면 보리는 호수에 파문이 일듯 넘실거리기도 한다.

    꽃처럼 예쁘거나 화려하지도 않지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가슴이 벅차 오고 따스한 봄바람을 즐기며 보리밭 길을 걷노라면 도심에 갇혀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고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오는 것 같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보리의 푸른 빛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는 4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11월에 파종한 보리는 한겨울을 지나 3월 초부터 싹을 틔우며 4월 초면 이삭이 피기 시작해 6월 초 수확한다.

    보리밭에 대한 느낌과 의미는 세대마다 다를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는 보리밭이 그저 신기한 풍경쯤에 그치지만 30여년 전 쌀이 떨어져 봄보리가 패기 전까지 먹을 것이 없어 슬그머니 보리서리를 해서 불에 구워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야 했던 ‘보릿고개’ 시절을 경험한 세대들에게는 넘실대는 보리의 모습은 결코 아련한 추억만은 아닐 것이다.

    보리밭을 지나 최참판댁 마당 안으로 들어서자 어린 서희와 한 많은 여인 윤씨가 기거했던 별당과 안채가 눈에 띈다.

    오랜 세월 모진 풍파를 겪었던 최참판댁은 여전히 고고함과 도도함을 간직하고 있다.

    사랑채에 올라 내려다본 평사리 푸른 들녘과 섬진강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주말이면 최참판댁을 찾는 많은 상춘객들로 이곳은 북새통을 이룬다.

    섬진강이 주는 혜택을 한 몸에 받은 땅 평사리와 최참판댁을 뒤로 하고 20여분 거리의 칠불사로 향했다.

    칠불사로 향하는 길목의 화개장터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리산의 맑은 물이 흘러내려와 섬진강과 만나는 곳에 위치한 화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이어주는 옛 화개장터는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로 손꼽혔지만 지금은 쇠퇴해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쌍계사 주차장 입구에 이르자 전국에서 몰려온 많은 관광버스들과 상춘객들로 붐비고 있다.

    화개천의 맑은 계곡물은 언덕 곳곳에 피어난 야생화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개천을 따라 한참(5km)을 오르다 보니 ‘칠불사’ 입구에 다다른다.

    경내 주차장에 피어난 하얀 목련꽃은 외지인의 방문을 반기듯 활짝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지리산 토끼봉의 해발고도 830m 지점에 자리잡은 칠불사(경남유형문화재 144호)는 유서 깊은 전통사찰로 101년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그들의 외삼촌인 범승 정유보옥선사를 따라 이곳에 암자를 짓고 수행하다가 2년 만인 103년 8월 보름날 밤에 성불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운공선사가 축조한 아자방(亞字房)은 세계건축대사전에 기록될 만큼 독특한 양식으로, 서산대사가 좌선한 곳이자 1828년(조선 순조 28년) 대은선사가 율종을 수립한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아자방은 신라시대 금관가야에서 온 구들도사 담공선사가 만든 온돌방으로 1970년대 말 복원했다. 방안 네 귀퉁이에 70cm씩 높인 곳이 좌선처이며, 가운데 십자 모양의 낮은 곳이 행경처이다. 한 번 불을 지피면 49일 동안 온기가 가시지 않았다고 전하며, 100명이 한꺼번에 좌선할 수 있는 방이다.

    고즈넉한 칠불사 경내를 둘러본 후 목련꽃 나무 아래 큰 바위에 걸터앉으니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의 향기에 취해 잠시나마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게 한다.

    봄기운 머금은 보리밭과 계곡 물소리,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산사는 우리에게 생활의 여유로움을 선사할 것이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한 번 불을 지피면 49일 동안 온기가 가시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칠불사 좌선처 아자방.

    ★주위 가볼만한 곳

    △고소성= 형제봉 중턱 해발 300m 고지에 위치한 고소성은 둘레 약 560m, 높이 3.5m~4.5m로 사다리형으로 가공한 장방형의 석재를 견고하게 쌓았으며 남북에 두 개의 성문이 있다.

    이 성벽은 600년대 신라가 백제를 공격할 때 나당연합군이 백제의 원군인 위병의 섬진강 통로를 차단하기 위하여 쌓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차 시배지= 칠불사를 오르다 보면 석문마을과 신촌마을 사이 화개천 언덕 위에 차나무 시배지가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녹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줄기인 이곳에 처음 심었다고 전한다.

    그 후 832년 진감선사가 차를 번식시켰고 일반 보급은 이때부터 본격화됐으며 화개장터 입구에서부터 12㎞에 걸쳐 차밭이 조성돼 있다. 대나무 이슬을 먹고 자란 참새 혓바닥만한 어린잎을 이른 봄에 따 제조한다고 해서 작설차, 또는 죽로차라 불리는 차는 현대인들의 피로를 풀어 주고 머리를 맑게 해줘 인기를 끌고 있다.

    ★찾아가는 길

    △최참판댁= 남해고속도로→ 하동나들목→ 19번 국도를 이용, 화개장터 방향으로 진행하다 외둔삼거리에서 우회전→ 최참판댁

    △칠불사= 남해고속도로→ 하동나들목→ 19번 국도 이용→ 화개장터→쌍계사 방향→칠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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