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2일 (목)
전체메뉴

독자투고-교육, 사람을 가르치는 것

  • 기사입력 : 2008-05-22 00:00:00
  •   

  • 김 학 규 고성 철성중 교장

    나는 솔직히 평생을 교직만이 천직이라 생각하고 너무 안이한 생각으로 살아온 것 같다.

    교직에 있으면서 한 때는 공부 잘 가르치는 유능하고 훌륭한 선생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반 학생 이름을 등불에 새겨 놓고 아침저녁으로 절에다 기도도 올렸고, 내가 가르친 학생이 일류 대학에 갔다는 말을 듣거나 좋은 직장을 잡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래! 그게 다 내가 잘 가르쳐준 덕택이지”라고 속으로 흐뭇해하기도 했다.

    교육이란 무릇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러니 오늘 같은 공격을 당해도 싸지 싶었다. 50대 이상의 세대는 분단, 한국전쟁, 뒤이은 냉전과 지독히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 부모가 겨우 농사 지어 쌀 팔고 소 팔아 어렵게 공부한 세대들이다.

    지금 내가 만나는 세대들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여건에서 성장해 왔고 이들이 세상 물정을 조금은 알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갑자기 잘 살게 되었다.

    서로 살아온 경험이나 환경이 다른데 모든 세대들이 동일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또 의식도 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처럼 짧은 시간동안 압축적 성장을 통해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 곳에서 세대간의 시각의 차이는 그 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주 우리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버스 안에서 돌아가면서 노래를 하는 가운데 한 학생이 분위기에 맞지 않는 노래를 불렀다. 50년도 더 되었을 옛날 가요였다. 많은 학생이 함께 따라 부르며 흥겨워했다. 요즘 애들도 이런 노래를 부르는구나, 나는 놀랐다.

    젊은 세대라고 요즘 노래만 부르는 것도 아니고, 나이든 세대라고 모두 옛날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다.

    세대간의 다른 삶의 여정이 갈등이 아니라 서로의 경험과 지혜의 공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으면서 다음 세대에 전수되는 것이다.

    김학규(고성 철성중 교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