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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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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비봉내 마을 대나무숲·다솔사 ‘웰빙 투어’★

죽죽 뻗은 상쾌한 숲길…차향 가득 고요한 산사
1만4000여그루 대나무 빽빽…다양한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도

  • 기사입력 : 2008-06-05 00:00:00
  •   

  • 다솔사


    3만여㎡의 사천 비봉내 마을 대숲은 맹종죽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1965년 비봉내 마을 촌장(강태욱)의 부친인 강춘성(71)씨가 거제도에서 맹종죽 종자를 가져와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대숲을 이루게 된 계기라고 한다.

    비봉내 마을 대숲을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여분. 하지만 숲해설사와 함께 대나무의 생태와 종류, 대나무에 얽힌 전설 등을 얘기 들으며 걷노라면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3만여㎡의 대숲에 1만4000여그루의 맹죽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지름이 20㎝ 이상인 대나무가 100그루 이상 숲 곳곳에 널려 있다”고 설명하는 숲해설사 강민규(42)씨는 “죽순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해 온전히 자라는 데 대략 60일 정도가 걸린다”고 말한다.

    기록에 따르면 대나무는 하루 만에 우리나라에선 105cm, 일본은 109cm가 자랐으며 비봉내 대나무숲에서는 1m가 자랐다는 기록이 있다.

    한 길손이 ‘볼일’이 급해 대나무에 모자를 걸어놓고 나오니 모자가 없어져 한참을 찾아 헤맸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대나무는 빠르게 자란다.

    맹죽이 튼튼하고 굵게 자라기 위해서는 3.3㎡에 1~2그루의 대나무가 가장 적당하다.

    비봉내 대나무숲에서는 매년 이곳에서 자라는 2000여 죽순 중 1000여 죽순은 체험학습 등을 통해 캐내고 나머지만 키우고 있다.

    죽순은 우리 몸에 아주 이로운 음식이다. 죽순은 식이섬유 함유량이 23.3%나 돼 변비와 숙변 제거,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높다. 또한 단백질과 비타민 B, 무기질이 풍부하고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배출시켜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가 탁월하다.

    맛도 뛰어나 무미(無味)한 듯 담백하지만 아작아작 씹히는 죽순 특유의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죽순은 ‘아침에 캐면 저녁에 먹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선도가 중요하다.

    지금 비봉내 마을 대나무숲은 대나무 수액 채취가 한창이다.

    강씨는 “대나무 수액은 일반 고로쇠 수액보다 칼륨은 최고 6배, 마그네슘은 50배가 많으며, 미백효과가 뛰어나 화장품 원료와 주방세제 등으로 이용돼 20ℓ(1말)에 20만원 내외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해질 무렵 대나무를 잘라 비닐 봉지를 씌워 놓고 다음 날 해가 뜨기 전 수액을 걷어낸다”며 “대나무 한 그루에서 하루 1~2ℓ가량의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는 또 “자른 대나무는 숯으로 구워내 새집증후군, 아토피 피부염 등에 이용할 뿐 아니라 대나무 숯불에 구운 삼겹살을 입안 한가득 넣으면 대나무 향이 어우러져 마치 대나무숲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맛이 있다”고 자랑한다.

    비봉내 마을에서는 어린이들이 자연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이들이 대나무 피리와 물총, 대나무 악기 등을 직접 만들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는 전통문화체험과 딸기, 매실, 배, 감자, 고구마 등을 수확하는 주말농장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비봉내마을 촌장 강태욱(42)씨는 “자연이 키운 대나무를 이제는 자연으로 돌려줘야 할 때”라며 “대나무를 통해 아이들이 소중한 자연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사천 다솔사 대양루로 향하는 108개 돌계단.

    청량한 대숲바람을 맞으며 죽림욕을 즐긴 후 5km 정도 떨어진 다솔사로 향했다.

    울창한 소나무와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봉명산 자락의 다솔사(多率寺)가 나온다.

    숲속에서 울려퍼지는 산새소리는 고요한 산사의 적막을 깨우고 멀리서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는 마음의 번뇌와 갈등을 잠재운다.

    마침 내린 봄비에 산사는 더욱 고요하고 어쩌다 바람에 실려 온 나무와 풀 향기는 머릿속을 맑게 한다.

    ‘많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뜻의 다솔사(多率寺)는 작지만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절이다.

    일제강점기 만해 한용운은 이곳에 은거하며 항일 비밀결사 ‘만당’을 조직했고, 작가 김동리는 그의 대표작 ‘등신불’을 쓰는 등 다솔사는 불교계 항일 독립운동의 거점이었다.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 4년(503년) 범승 연기조사가 창건한 역사 깊은 고찰로 처음 영악사(靈嶽寺)라 하였고 636년(선덕여왕 5) 새로 건물 2동을 지은 뒤 다솔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후 676년(문무왕 16) 대사 의상(義湘)에 의해 영봉사(靈鳳寺)로 바뀐 뒤 신라 말기에 국사 도선(道詵)이 다시 손질해 고쳐 짓고 다솔사라 하였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당시 다솔사는 전화로 불탔으나 숙종 때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으며 1914년의 화재로 타버린 것을 이듬해 다시 세웠다고 한다.

    다솔사 주차장을 지나 다솔사 대양루(도유형문화재 제83호)로 향하는 돌계단이 퍽 인상적이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그대로 깔아 만든 108개의 돌계단은 대양루, 봉명산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대양루는 1748년(영조 24년) 지은 건물로 불전인 적멸보궁(寂滅寶宮)과 마주하고 있으며 설법을 하거나 불구를 보관하는 곳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경내로 들어서자 적멸보궁이 눈에 들어온다. 1979년 대웅전을 수리하던 중 부처님의 사리가 발견되자 대웅전을 개수해 통도사의 적멸보궁을 본떠 지었다고 한다. 뒤편에 사리탑이 모셔져 있다.

    ‘16나한’을 모시고 있는 응진전(應眞殿)을 돌아 적멸보궁 뒤편의 차밭에 올라서니 다솔사가 차밭에 감싸인 듯 푸근하게 다가온다. 200~300년은 된 야생 차나무가 뒤편 야산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모습이 아름답다.

    1만6500㎡ 규모의 녹차밭은 신라시대에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1960년 다솔사 주지 효당 최범술 스님이 제멋대로 자란 차나무를 다듬고 가꿔 명차 ‘반야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솔사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경치가 수려할 뿐 아니라 해발 300m가 넘는 봉암산, 봉명산, 천왕산들을 연결해 국립공원 다도해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길목에 위치해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사천 비봉내 마을 체험프로그램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향→곤양IC 톨게이트 사거리에서 다솔사·곤양 방향 우회전 ~1km 비봉내마을 대나무숲 ~5km 다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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