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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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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명장 STX엔파코 황범수 기장

“눈에 안보이는 결함도 찾아내죠”
불량 고치는 ‘보수용접’ 기술 탁월한 40년 달인

  • 기사입력 : 2008-07-08 11: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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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접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성입니다.”

    창원시 내동 STX엔파코 황범수(58) 기장이 밝힌 다소 엉뚱한(?) 소견이다.

    그는 지난 96년 대한민국 용접명장으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현장을 누비는 ‘용접의 달인’으로 통한다. 용접 경력 40년으로 비파괴검사 장비 없이 육안으로도 용접이 잘 되었는지 잘못 되었는지를 어김없이 잡아낼 정도다.

    용접은 알려진 대로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또한 작업 특성상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고도의 집중을 요구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용접을 배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체력과 집중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황범수 기장은 “용접은 용접사만이 안다”고 전제한뒤, 남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용접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겉보다는 보이지 않는 속이 더 중요합니다. 내부 결함은 눈으로 확인이 어렵고 비파괴검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은 직접 작업을 한 용접사입니다. 그렇기에 용접사는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매사 완벽하게 용접을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용접사가 되기 위해 인성검사를 실시 중인데 우리나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황범수 기장은 지난 1968년에 용접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교 진학 꿈을 접고 독학으로 용접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이론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하나씩 배워나갔다. 군을 제대하고, 1978년 6월 쌍용중공업(현 STX엔진)에 입사한 그는 용접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퇴근 후 야간에 학원과 창원기능대학을 오가며 학습에 열중했고, 용접 기능장을 취득했다.

    특히 쌍용중공업 근무 시절 선진기술 체험을 목적으로 떠난 독일 연수 기간 중에 현지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독일 용접 자격증을 취득해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용접에 대한 집념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황 기장은 특히 ‘보수용접’ 분야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다.

    탱크 및 선박엔진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주물품들은 고가이기 때문에 용접작업 시 불량이 발생하게 되면 그만큼 손실이 크다. ‘보수용접’이란 이러한 불량용접 부분을 다시 살려내는 작업이다. 일반적인 용접을 한 차원 뛰어넘는 고난도 분야에서 그의 실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황범수 기장은 현재 STX엔파코 사외협력업체 엔진블록 용접 품질 검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제품 검사에만 자신의 업무를 국한시키지 않는다. 언제나 잘못된 부분을 세심하게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한다. 자신의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스스로 지도에 나서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은 비단 국내 뿐만이 아니다. 그는 STX 대련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를 찾아가 현지 중국인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그는 험하고 위험한 일은 무조건 기피하고 보는 요즘 젊은이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뒤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편하고 깨끗한 일만 찾아 나선다면 세계 조선업 1위 자리에서 언젠가는 내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속에서 매력을 찾고 열정을 다하여 성취감과 희열을 느겼으면 합니다.”

    황 기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장에서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수년 전부터 몇몇 학교에서 강의를 맡아달라는 제의도 있었지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바로 현장이라며 한사코 사양했다고 한다.

    그는 정든 회사를 나간 이후에도 언제든 불러만준다면 후배들에게 용접기술 노하우를 전하는 선배로 남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홍정명기자

    [사진설명]  STX엔파코 황범수 기장이 사외 협력업체인 인하정공 엔진블록 전문 공장에서 용접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홍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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