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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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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기네스후보 탐방 (2) 최고 장기근속 이장-의령 임장섭씨

“아 ~ 아 ~, 주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더”
마을일 도맡아온 ‘반백년 이장’

  • 기사입력 : 2008-07-22 13: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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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한 마을에서 이장을 해온 이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의령군 유곡면 오목리 구오목마을의 임장섭(73·실제나이 75) 이장으로 최근 경남기네스북에 등재될 예비후보로 선정됐다.

    주민등록상으로 28세때인 지난 63년 2월에 마을 이장을 시작한 임씨도 “이렇게 오래까지 이장 일을 할지 몰랐다”고 한다.

    “한 해 두 해 하다보니 어느새 반백년이 다 될 정도로 세월이 흘렀네요.”

    지나온 세월만큼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임 이장에게는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남아있다.

    지금은 국도에서 구오목마을까지 번듯한 도로가 나 있지만 사실 이 도로를 만든 주인공은 임 이장이다.

    산골마을까지 길을 내기 위해 서울로 부산으로 동분서주했고, 내무부와 도청, 군청 등을 다니며 도로 개설을 요구했다. 급기야는 인근 마을 800여명에게 직접 진정서를 받아 제출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새마을사업으로 길이 뚫리게 됐다.

    지난 70년에는 저수지 신설, 73년부터 3년간 마을길 개설, 75년 전기 개설 등 마을 안팎의 모든 대소사는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저수지를 신설할 때는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상철 의원을 직접 찾아가서 부탁했고, 마을길을 낼 때는 이장을 도와 주민들이 너나할 것 없이 나서 시멘트와 모래, 자갈 등을 지게로 져 나르기도 했다.

    먹고 살길 막막한 산골을 걱정해 지난 64년에는 마을 천수답에 뽕나무를 들여와 당시 구오목마을을 최고 품질 누에산지로 바꾼 것도 바로 임 이장이다.

    임 이장은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갠지 다 안다는 말처럼 우리 마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며 “애들 이름도 숱하게 지어줬다”며 웃는다.

    45년간 마을 이장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장을 뽑는 연말이면 몇번이고 이장직을 고사한 적도 있었다. 식구들이 모두 부산으로 이사 가려 했을때 마을 원로들이 대책회의(?)를 소집했고, 그를 불러 이렇게 얘기했단다.

    “우리가 싫어서 가는가? 부산 가도 우리가 데려와서 이장 시킬라고 하니 그렇게 알게.”

    결국 임 이장은 계속 마을을 지키게 됐고, 주민들의 이장이 고마워서 공적비 건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는 “동네 어르신들에 비하면 젊은 축에 속하지만 이제는 물려줄 때가 됐다”며 “누군가 또 내 뒤를 이어서 마을과 주민들을 위해 일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구슬픈 노래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임 이장은 마이크를 든다. “주민 여러분~ 이장입니다. 이번에…”

    임 이장은 오늘도 마을의 일, 이웃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차상호기자

    [사진설명]  45년간 마을 이장직을 수행해 경남기네스 예비후보에 선정된 의령군 유곡면 구오목마을 임장섭 이장이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차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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