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3일 (금)
전체메뉴

요구르트 아주머니와 오토바이

  • 기사입력 : 2008-08-06 00:00:00
  •   

  • 하반기 정기인사에 때를 맞추어 지구대 근무 분위기도 한번 바꿔보고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는 변화와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구대 안에서 1년 이상 장기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순찰팀 간 인원도 조정하고 인력도 재배치해 보았다. 혹시 정들었던 팀을 떠나는 데 대한 아쉬움과 팀워크 운운하면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으나, 예상외로 직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해놓고 보니 야간근무의 최소 인원은 7명 정도는 돼야 함에도 하계휴가 기간 중인 관계로 어느 팀에는 최소 기준에 모자라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부득이 원활한 근무가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희생하는 방법 외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지난 7월 26일 저녁 9시30분쯤 한 통의 전화신고가 왔다. 어느 여성분이 약간 깔아지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오토바이를 도난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즉시 무전기를 들고 해당지역 순찰차 근무자에게 신고장소로 가서 신고인을 만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피해자는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아주머니인데 자신에겐 애마이자 다리의 역할을 하는 분신과 같고 얼마 전에 5개월 할부로 구입했는데 아직 할부기간도 안끝났으며 생계수단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므로 꼭 찾아달라며 순찰차 근무자에게 눈물로 부탁했다. 직원들이 숨 고를 틈도 없이 각종 신고사건에 대응해 나가면서 짬나는 대로 오토바이 찾아봤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

    31일, 다시금 직원들이 아주머니의 애마를 찾아 나섰다. 오전 10시30분쯤 한 팀으로부터 요구르트 아주머니의 빨간색 오토바이를 발견했다는 무전이 흘러나왔다. 요구르트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자은동 골목길에서 오토바이를 찾았다’고 하자 울먹거렸다. 단숨에 지구대로 달려온 아주머니는 ‘경찰 아저씨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며 눈물을 훔쳤다. 배달이 바쁘다며 돌아온 애마 위에 올라타고 힘껏 시동을 걸어 사라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시루봉 너머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처럼 보람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정모문(진해경찰서 덕산지구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