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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성불사의 밤 그 풍경 소리 - 김교한 (경남문인협회 고문)

  • 기사입력 : 2008-08-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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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불사의 밤’ 노래는 음악계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서정가요로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성불사의 밤’ 노래의 작시자가 이 고장 출신인 노산 이은상이기 때문에 관심이 더 깊다. 그러나 노래의 대상인 성불사가 어디 있는지 어떤 절인지 작시 연유 등을 묻는 젊은이들이 있어 부족한 자료를 정리해 볼 필요를 느꼈다.

    성불사는 북한 땅 황해북도 사리원시 광성리 정방산의 주봉인 천성봉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로 북한 국보문화유물 제87호로 지정되어 있다.

    신라말(898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 그 후 중창, 중수가 있었으나 임진왜란으로 사찰의 일부가 불타 1751년과 1924년에 중수하였는데 지금은 극락전 응진전 명부전 청풍루 운하당 산신각 등 여섯 채의 건물과 오층석탑이 남아 있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성불사가 자리 잡은 곳은 산줄기가 흘러내려 분지를 이룬 형세이고 아울러 이 산은 한국의 서쪽을 지키는 관문의 형상이기 때문에 정방(正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도선에 의하면 정방산(正方山)은 진호(鎭護)의 땅이어서 이곳에 성불사라는 절을 짓고 승려들의 기거로 삼았다 한다.

    노산은 1930년부터 국토 순방에 나섰다. ‘성불사의 밤’은 노산이 1931년에 지은 시조에 곡을 붙인 노래다. 자료에 의하면 노산이 여름 휴가를 이용한 국토 기행에서 황해북도 정방산에 올랐다 어두울 때 성불사에 내려와 종루 마룻바닥에 멍석을 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주승을 비롯해 함께 등산했던 사람은 모두 잠들어 바다 속 같은 고요한 밤에 노산은 잠들지 못한 채 풍경 소리에 젖어 새는 날을 맞이하면서 작품을 썼다고 전한다.

    1932년에 가작(佳作) ‘성불사의 밤’ 시조 2수에 곡을 붙였다. 음악가의 전하는 바에 의하면 홍난파가 미국에 가 있을 때 향수를 참지 못해 이 시조에 곡을 붙여 이 노래를 부르며 지낸 적이 있다 한다.

    이 노래는 성불사의 밤 풍경과 스님, 객, 풍경소리가 하나된 적막감을 빚어낸 시심이 드높은 정관에 도달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다 잠든 적막 속에 홀로 잠들지 못한 채 풍경 소리를 통하여 나라 잃은 서러움을 은유한 문학성이 높은 서정의 경계를 직조한 노래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조선예술(2002)’지에 실린 글 한 부분을 눈여겨보았다. 1910년 이후 일제하 민족 수난 시기를 맞아 반일 애국 광복의 염원을 은유적인 방법으로 노래에 담아 민족의 넋을 심어 준 계몽기 서정가요의 대표적인 작품 10편을 소개하였는데 그중에서 ‘성불사의 밤’, ‘옛동산에 올라’, ‘그리움’, ‘사우(동무생각)’ 4작품이 노산 이은상의 작품이다. 노산이 지은 ‘가고파’도 ‘성불사의 밤’과 거의 같은 시기 지은 작품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향의 노래인 동시에 일제하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하소연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노래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일제하 노산이 옥중에서 지은 옥중시조 15편은 작품집에 있다. 노산은 광양옥중에서 해방을 맞았다. 경남문학 56호, 59호에 필자는 특별기고로 노산의 항일 행적의 뚜렷한 보충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경북 은해사 신광수 주지스님이 매년 두어 차례 성불사에 다녀오신 말씀을 듣고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남북 교류의 문이 활짝 열리면 명승지에 터잡고 있는 유서 깊은 성불사를 방문해 하룻밤을 지내며 그 옛날 노산을 울린 풍경 소리를 듣고 싶다.

    최근에 필자는 성불사의 흑백, 컬러 사진(복사본)도 여남은 장 갖게 된 바, 성불사의 자료는 사찰 당국의 협조에 의한 것으로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날의 시인을 생각하며 ‘성불사의 밤’ 노래의 현장을 사진으로나마 보고 있으니 풍경(風磬)의 음결이 간간이 들리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노산 시조를 대할 때 조금도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정형의 질서를 흠내지 않으면서 내재율의 자유로움을 장점으로 하고 있다. 특히 시조의 정형이 자유자재롭게 느껴지는 ‘성불사의 밤’ 노래를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참고 자료가 되리라 믿는다. 이 ‘성불사의 밤’ 가사(시조 2수)는 한때 문교부 ‘중등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한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가칼럼

    김 교 한 경남문인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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